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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처럼 비상하는 갑진년이 되시길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갑진년은 육십갑자의 41번째 푸른색의 갑과 용을 뜻하는 진이 만나 푸른 용이 된 것이다. 방위는 동쪽이며, 절기로는 봄을 상징하니 일로는 물과 비를 다스려 천하를 먹여 살린다.

 

곧, 용에게는 사람을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이 있다는 말이다. 순임금은 정치를 하면서 신하를 편히 대하며 백성들을 너그럽게 다스렸다는 데서 비롯됐다. 순임금의 정치를 일러 용의 정치를 했다 한다. 그의 인생사를 들여다볼 것 같으면 인생의 바닥에서 출발해서 그야말로 용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 과정은 권모와 술수는 전혀 없었다. 오로지 덕으로만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 대하기를 부모 대하듯 했다.

 

그는 어려서 엄마가 계모면 아비도 의붓아비라 했던가. 서모로부터 죽을 고비를 몇 번에 걸쳐 겪어야 했고, 완악하기 이를 데 없는 고수인 아버지로부터 숱한 고초를 겪어오면서도 자식의 도리를 잃지 않았다. 어려서 보잘것없는 이런 자가 천하를 다스리는 성군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러하듯 천하를 호령하는 용이지만 그에게도 과거는 존재하는 법이다.

 

용의 시작은 물고기에서 비롯된다. 1년 중 황하강의 물줄기가 가장 세찰 때가 한 번 있다하여 복숭아꽃 필 무렵이면 천하에 산재한 잉어가 몰려와 황하의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용문의 물 벽을 뛰어오른다. 이때의 물벽을 일러 깍아지른 절벽이라는 의미인 농단壟斷 또는 농단龍斷이라하는데, 오늘날에는 이익을 독점한다는 부정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 용문폭포 정상에 오른 잉어는 용으로 승천하기에 이른다는데 세상은 이를 일러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의 고사를 낳은 등용문登龍門이라 한다.

 

용의 문에 올랐다는 말이다. 본래 용을 본 사람은 없으되 설문해자에 따르면 비늘 달린 무리 중에 으뜸이라 했으니 감추고 드러남에 거침이 없으며, 크고 작게 함에 거침이 없으며, 길고 짧게 함에 거침이 없으며, 봄에는 하늘로 오르며, 가을에는 못에 잠기니, 잠기는 용은 잠용이요, 감추고 드러나는 용은 현룡이요, 나는 용은 비룡이요, 하늘로 오르는 용은 항룡이라 했나니 용이라는 것이 어찌 그 용을 두고 말한 것이겠는가.

 

하루는 공자님의 제자 자장이 노나라 군주 애공이 선비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으나 장장 일주일이 지나도록 못 만나니 자장은 돌아서면서 말한다. 애공이 선비를 좋아한다면서 영락 섭공이 용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구나. 그러고는 떠났다. 여기서 섭공이 용을 좋아한다는 말은 섭공호룡을 말하는데 초나라 국경을 접한 섭땅의 군주 섭공은 백성들이 용을 좋아하니까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도 용을 무척 좋아한다며 집안의 벽과 가구와 모든 물건에 용을 새겼다.

 

섭공은 백성들이 용을 좋아한다니까 그저 백성의 환심이나 살 요량으로 말로만 용을 좋아한다고 떠벌인 것이고, 실제로는 용을 좋아하기는커녕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더 심각한 일은 이런 자를 군주라고 믿고 따르는 백성이 있다는데 있다. 군주가 백성을 어떻게 속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어떻게 백성에게 공포를 주는가를 알려 한다면 섭공만한 가르침은 없으리라. 논어에 따르면 섭공은 공자님을 두 번에 걸쳐 만난다. 첫 번째 만났을 때는 정치를 물었다. 사실 백성의 아픔을 아파할 줄 모르는 권력은 충분히 병든 권력이다. 당시 섭 땅엔 백성들이 자꾸만 야반도주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하여 나라에 일할 백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공자의 답변은 간단했다. 나라 안에 있는 백성들을 배불리하고 기쁨을 주면 멀리 도망간 백성들은 저절로 돌아올 것이다.

 

섭공이 두 번째 공자님을 만났을 때는 정직함에 대해 물었다. 꼭 뒤가 구린 것들이 입만 열면 정직을 말하고 말끝마다 법과 원칙이라는 데야. 본래 법이란 것이 가진 자들이 자기 것 지키려고 만든 게 법이라는데 그럼에도 검은 토끼의 해는 지났고, 푸른 용의 해가 밝았으니 올 한해 나라 안에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