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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공포에 벌벌 떠는 아시아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다. 2011년 3월 12일 15시 36분 도호쿠(東北) 지방 태평양 해역 해저 지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참사가 벌어진 지 12년이나 지났지만, 원전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정부는 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와 지하수를 포함한 오염수를 더 이상 저장 탱크에 보관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향후 51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안전하게 정화하여 방류할 것이기 때문에 환경 오염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변국은 물론 일본 국민도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는 지금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오염수를 정화하여 방류해도 일본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6월 15일부터 매일 일일 브리핑을 통해 오염수 방류 현황을 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염수 방류가 결정되자 대형매장에는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후쿠시마 공포는 한국 국민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아마도 수산물 판매량도 당분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일일 브리핑을 통해 안전을 강조해도 국민은 그것을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을 폐쇄하고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계획을 백지화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계획대로 정화하여 방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정화된 오염수가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도 없다. 기시다 총리와 그의 내각이 매일 오염수를 정화한 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을 사람은 일본인 중에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오염수는 방류될 것이고 한동안 매일 뉴스에 나오다가 시간이 흐르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에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90%는 죽고 지구상의 동식물의 90%가 멸종되었다고 가정하면 살아남은 10%는 방사능에 오염된 채 기형으로 살아가면서 변화한 환경에 맞춰 진화할 것이다. 땅속에서만 살아갈지 어떨지는 겪어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생명이 존재하는 한 악착같이 살아갈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지구가 종말을 맞을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따지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핵발전소도 당장은 전면적으로 폐쇄할 수 없지만, 항구적인 에너지원은 될 수 없다. 이제는 각국 정부나 세계시민 모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생활양식으로 살아가기를 고집할 때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인류가 생성된 이후 주어진 시간의 총량이 24시간이라고 가정하면 지금 우리는 23시 55분을 넘겼을 것이 틀림없다. 즉 5분 후면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되고 애꿎은 다른 종도 멸종할 것이라는 말이다.

 

종말을 연장할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서서 말하기를 꺼린다. 특히 현재와 같이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끝내기를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 인류가 현재와 같이 소비하면서 환경을 더욱 오염시키고 생산력을 늘리는데 골몰한다면 지구의 종말은 급속하게 닥칠 것이다.

 

방사능 오염수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수백만 수천만 배의 재앙이 닥칠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걱정은 기후학자나 환경보호론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도 하고 있고 양식 있는 시민들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방법을 찾지 않는 것은 불편해지는 것을 참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부터 중단해야 한다. 필요한 것만 생산하고 최소한의 소비문화를 일반화시켜야 한다. 부족한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에 적응하여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은 금연하는 것보다, 마약을 끊는 것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