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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외면한 권력의 종말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예로부터 군주는 백성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였다. 공자의 제자 안연은 노나라 애공에게 “새는 궁지에 몰리면 쪼고, 짐승은 물고 할퀴며, 사람은 거짓말을 합니다. 백성을 궁지에 몰아넣고 무사했던 임금은 없습니다”고 직언했다. 이는 곧 임금이라면 백성의 고통을 헤아리고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준엄한 가르침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여러 덕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방외덕목’이라 불리는 백성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군주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중요한 가치다. 변변찮은 존재가 부모 잘 만나 권력을 쥐었다고 백성을 함부로 대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모르는 일이다. 백성보다 현명하거나 바르다고 할 수도 없는 자들이 권좌에 올라 백성을 다스린다면, 백성의 삶은 고통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임금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배움을 통해 선비가 되고, 더욱 정진하여 군자에 이르며, 궁극에는 성인의 경지에 도달해야 백성은 편안하고 군주 또한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리석은 군주들은 이를 외면했고, 그들의 말로는 감옥행이나 죽음과 같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백성에게 누가 임금이 되든 큰 관심은 없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임금과 백성 사이의 깊어진 골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서경에는 “백성을 위해 임금이 존재하는 것이지, 임금을 위해 백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하늘이 임금을 세운 것은 백성을 돕기 위함이며, 스승을 둔 것은 임금을 가르쳐 백성을 잘 다스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권력에 취한 군주들은 백성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임금은 소보다 힘이 세지만 소와 힘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며, 말보다 빠르지만 달리기 시합을 할 필요도 없다. 임금의 본분은 백성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있다. 춘추좌씨전은 "백성의 먹고사는 것은 부지런함에 달려 있으니, 부지런히 일하면 궁핍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백성은 뜯어가는 자만 없다면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 우 임금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民惟邦本)”이라고 했고, 예기에서 공자는 “큰 도리는 백성의 먹고사는 것(夫政之大理, 國之所恃而以生也)”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했다. 백성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임금의 일이다. 능력이 부족한 자가 임금 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도 문제지만, 설령 그런 자가 임금이 된다면 그 재앙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순자는 “능력이 있으면 천하가 따르고, 능력이 없으면 천하가 버린다(能者國之器, 不能者國之蠹)”라고 경고했다.

 

임금 된 자는 백성을 섬기는 마음(事民)으로 백성을 높이 받들고, 그들이 힘들거나 아프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군주의 참된 덕목이며, 국가 존립의 근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