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1905년 9월 20일 대한제국 고종황제는 미국에서 온 앨리스 루스벨트 공주와 덕수궁 중명전에서 오찬을 갖고 극진히 환대했다. 앨리스 루스벨트는 미합중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큰딸이다. 고종은 일본제국의 국권침탈 야욕을 저지할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라고 여겼다. 고종의 환대는 눈물겨울 정도였는데 미국 공주는 안하무인으로 굴었고 시건방졌다. 엘리스는 고종의 앞에서 시가를 피우고 거침없이 행동했다. 앨리스는 고종을 만났던 당시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황제와 마지막 황제가 된 그의 아들은 우리 공관 근처의 궁궐(덕수궁)에서 남의 눈을 피해 생활했다. 키 작은 황제는 자신의 팔을 내주지 않은채 내 팔을 잡았고, 같이 서둘러 좁은 계단을 내려가 평범하고 냄새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라고 기술했다. 1 1905년 7월 29일 윌리엄 태프트 미 육군 장관은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일본제국을 방문, 가쓰라 타로 총리대신과 밀약을 맺었다. 일본의 조선 침략을 미국이 양해하고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일본이 묵인한다는 내용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그것이다. 태프트 일행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던 앨리스 루스벨트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기로 한 것을 진작부터
용인신문 | 요즘 게임은 단지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놀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한 편의 게임을 끝까지 달리는 이유는, 그 속에 ‘나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감정을 설계하는 UX, 즉 감정 중심 사용자 경험이 있다. 과거 게임은 ‘시간을 때우는 오락’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게임은 감정을 나누는 매체로 변모하고 있다. 사용자의 선택이 결과를 바꾸고, 그 결과가 다시 감정을 자극한다. 친구를 구할지, 임무를 수행할지. 선택 하나로 플레이어는 딜레마에 빠지고, 후회하고, 다시 시도한다. 이 순간, 게임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의 이야기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감정 UX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단지 스토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안을 걷고, 보고, 두려워하고, 상실감을 느낀다. 어두운 통로, 불안한 음악, 동료의 비명. 이 모든 요소는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장치들이다. 기술은 감정 전달을 위한 무대가 된다. 이런 감정 설계는 단순한 재미를 넘는다. 감정을 직접 조작하고 경험하는 게임은 공감 능력을 기르고, 때로는 상처를 보듬는 도구가 된다. 정서 교육, 공감 훈련, 심리 치료에
용인신문 | 용인특례시가 올해의 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매년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는 이 사업은 독서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용인시립도서관의 도서 대출량은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민들의 독서 열기가 뜨겁다. 이는 용인시가 ‘책 읽는 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정된 10권의 도서 대부분이 전국적인 베스트셀러로, 용인 지역 작가들의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선정된 도서들을 살펴보면 특정 대형 출판사들의 책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선정된 도서들이기에 그 의미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110만 거대 도시인 용인특례시의 ‘올해의 책’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와 다르지 않다는 점, 그리고 특정 대형 출판사에 편중된 결과라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용인시는 이제 ‘올해의 책’ 선정에 새로운 시각을 더해야 한다. 단순히 전국적인 흐름을 따르는 것을 넘어, 용인시만의 독창성과 지역성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로컬 분야
용인신문 |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건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미래로 나가자”고 외치면서 인류의 삶을 바꾼 마이크로소프트 CEO 빌 게이츠의 고백이다. 그의 말처럼 독서는 미래를 열어주고 꿈을 키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열어준다. 용인특례시가 “2025년 독서문화행사 프로그램 1300여개를 설정하고, 연간 운영한다”고 밝혀 새봄에 화두가 되고 있다. 용인시의 ‘2025년 도서관 독서문화행사 연간 운영계획’에 따르면, 지역 내 19개 도서관을 연계하여, 생애별 특성 맞춤형 독서문화행사 프로그램 1300여개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눈에 띄는 대목은 독서를 하지 못하는 시민의 참여를 위한 사업을 추가하고, 영‧유아부터 노년까지 생애 주기에 맞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개설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도서관이 시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독서 여가와 교류의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이끌어간다는 것인데, 기흥도서관의 ‘동기맘과 함께하는 이야기 소풍’ 같은 프로그램이다. 수지도서관의 경우, 27만여 권의 장서를 구비, 열람실 좌석관리 시스템, 좌석 연장제, 열람실 출입관리 시스템 구축 및 시행 등으로 앞서가는 도서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 용인시의 지역
용인신문 |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은 역사적으로 슬프고 불운한 일이다. 하지만 국정농단을 일삼은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선택은 탄핵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고,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민주 정치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의 혼란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여당에서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권 후보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바뀌게 되었다.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신선한 변화를 기대하는 민심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한 대한민국은 다시 탄핵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을 뽑고 말았다. 난데없는 한밤의 비상 계엄령 선포로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촛불을 들어야 했고, 다시 탄핵 심판을 받는 대통령을 지켜보게 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상 계엄령의 위헌과 내란죄 성립을 부정하는 그들의 항변이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위해 국회의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이 있었고, 긴급 방송으로 시민들을 국회로 모이게 한 야당 대표가 있었다. 그리고 한겨울
용인신문 | “한 잔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져오는 파괴적인 결과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목격합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한 개인의 삶뿐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평온까지 송두리째 앗아가는 끔찍한 범죄입니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곧 “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라는 절규로 변모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라는 낮은 수치에도 면허 정지라는 철퇴를 내리고, 0.08% 이상이면 면허 취소의 처벌을 받게 되며 두 번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등 재범자에 대한 음주운전의 뿌리를 뽑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용인동부경찰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가해자를 구속수사하는 등 엄정하고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재범 방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제재만으로는 음주운전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술에 관대한 문화’라는 낡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 불감증과 안일한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