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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철학을 찾다: 놀이, 선택, 그리고 존재의 의미

안수연 (동화작가 문학박사 게임 스토리텔링 강사 및 연구자)

용인신문 | 

플라톤은 『국가』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놀이를 통해 인간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으며,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철학적 탐구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천과 경험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덕을 함양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지는 오늘날 게임이라는 매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게임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삶과 철학을 탐구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은 선택, 협력, 실패와 성장이라는 근본적인 경험을 반복하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게임은 이러한 과정들을 극적으로 압축하여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가 보다 본질적인 인간 경험을 체험하도록 돕는다.

 

고대 철학자들의 놀이 개념과 현대의 게임 이론을 연결해 보면, 게임은 단순히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모의 실험이며, 윤리적 선택과 사회적 협력을 경험하는 장이다. 예를 들어, 《언더테일(Undertale)》은 플레이어에게 비폭력적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선택의 무게를 체험하게 한다. 이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말하는 “공정한 사회”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단순히 승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현대 사회에서 게임은 인간의 관계 맺기 방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인간의 만남이 “나-그것”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나-너”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게임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같은 팀 기반 게임에서 승패를 떠나 팀원 간 신뢰와 협력을 형성하는 과정은 일종의 “나-너” 관계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익명성이 강조되는 게임 환경에서는 단순한 목표 중심의 “나-그것”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또한, 실패와 재도전의 개념은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니체의 ‘영원 회귀’ 개념을 적용해 보면, 게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실패하고 반복적으로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다크 소울(Dark Souls)》을 플레이하면서 우리는 수없이 패배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성장을 경험한다. 니체는 인간이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삶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다크 소울》의 플레이 방식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삶에서 실패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게임은 단순한 유희의 기능을 넘어, 인간이 삶을 배우고 성찰하는 철학적 도구로 자리매김 한다. 가상 세계에서 경험하는 선택, 협력, 실패와 도전은 현실에서도 반복되며, 이는 삶의 본질적인 원리와 맞닿아 있다. 끊임없는 도전과 선택 속에서 인간은 성장하며, 게임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현대적 사고 실험으로 작용한다. 결국, 게임은 우리 사고방식을 확장하고 삶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강력한 매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