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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꿈의 고비ㅣ바오긴 락그와수렌/이안나 옮김

꿈의 고비

                           바오긴 락그와수렌/이안나 옮김

 

백양나무 그늘 아래 새끼 낙타가 울고

솥에 든 가축의 젖에 달이 뜬다

작은 산꼭대기로 구름이 흘러가고

꿈에 찾아오신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다

 

커다란 모래언덕과 하늘이 고비에 녹아 스러지고

암낙타의 하얀 코뚜레 소리가

새끼 낙타에게 와서 사라진다

동쪽 오아시스 갈대숲에 원앙이 꾸꾸 노래하고

여러 꿈속에서 늘 어머니가 찾아오신다

 

바오긴 락그와수렌은 몽골의 초원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한 지한파다. 196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20년이 지난 1982년에 첫 시집 『서정의 궤도』가 출간 되면서 몽골을 대표하는 3대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 후 사회주의 사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시집을 출간하지 못하다가 1991년에 『이중주』를, 2000년에 『쓴 풀』을 출간하게 된다.

그는 누군가와 똑같은 시를 쓴다면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선언한다. 그의 시에서는 초원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그의 시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자연이며 생명의 원천이며 감수성의 원초적인 실마리라 할 수 있다.

「꿈의 고비」 역시 어머니가 전경을 이룬다. 각 연의 마지막 행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혈육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몽골의 자연이기도 하며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 ‘솥에 든 가축의 젖에 달이 뜬다’거나 ‘커다란 모래언덕과 하늘이 고비에 녹아 스러지’는 것은 몽골을 몽골이게 하는 풍경이다. 암낙타의 코뚜레 소리가 새끼 낙타에게 와서 조용해지는 것은 낙타의 사랑이다.

고비는 광활한 사막이어서 일 년 내내 바람이 불어 사구를 세우고 허문다. 그 생멸을 지켜보는 것이 시인의 눈빛이다. ‘문학의 숲’ 간 『한 줄도 베끼지 않았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