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YMCA(이사장 김명돌)가 추진하고 있는 ‘달빛기행’이 이동읍 묵리 ‘석포숲공원’에서 지난 9일 열렸다. 음력 15일, 보름달 아래서 열리는 낭만적인 달빛 기행. 이날은 여전히 폭염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오후 6시 30분 석양 아래서 석포숲공원 주차장을 출발했다.
석포숲공원은 산속 정상에 위치한 생태공원이어서 울창한 숲길에 들어서자 더위는 오간데 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공원에 가는 방법은 두 개다. 기행단은 짧고 가파른 코스 대신 등산하는 느낌으로 20~30분 정도 올라가는 완만한 산길을 택해 올랐다.
절반 정도 오르니 청년김대건길 삼덕고개 가운데 하나인 ‘애덕고개비'가 나타났다. 신덕·망덕·애덕의 삼덕 고개는 청년 김대건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은 후 사목활동을 하며 넘나들던 고개다. 뿐만 아니라 새남터 모래사장에 가매장 됐던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당시 17세이던 이만식 신도가 몰래 수습해 등에 지고 야간에 이동, 자신의 선산이 있는 안성 미리내에 안장한 코스이기도 하다. 유해는 1960년 서울 가톨릭대학으로 이장했다. 김대건 신부와 천주교 수난사가 깃든 애덕고개 비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가던 방향으로 잠시 걸으니 탁 트인 시야가 일품인 석포숲공원이 나타났다.
석포숲공원에는 미리 도착한 용인YMCA 직원과 달빛기행위원회 서정안 위원장과 오충식 부위원장 등이 정성껏 준비한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었다.
김명돌 용인YMCA 이사장은 “숲속 나무와 새와 곤충이 함께 하는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기억에 남는 멋진 추억을 만들자”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달빛 명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낭송과 버스킹 가수가 부르는 은은한 노랫소리가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멋진 힐링 시간이었다. 9월달 기행지는 수원 화성이다. 달빛이 흐르는 성곽 아래서 펼쳐질 멋진 기행이 벌써부터 설레인다.
이날 달빛기행지였던 석포숲은 용인의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아직은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아는 이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다.
석포 숲은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한 개성 출신 실업가 석포(石圃) 손세기 선생의 아호를 딴 숲이다.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아들인 고 손창근이 50여 년간 용인·안성시 소재 사유림 662㏊(약 200만평)에 이르는 숲에 잣나무·낙엽송, 유실수 등 200만 그루를 심어 가꾸다 지난 2012년 식목일에 산림청에 기부했다.
손창근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한 인물이기도 하다. 세한도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물, ‘무가지보(無價之寶)’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손창근 선생의 차남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포 숲의 가치를 “감히 돈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세한도 버금가는 가치를 지닌 숲”이라고 했다. 그동안 석포숲은 ‘1000억’이 넘는 금전적 가치만 부각이 됐지만 기념비에 적힌 글처럼 나무를 심고 가꾼 것이 더 소중한 가치일지 모른다.
쏟아지는 달빛 아래에서 참가자들은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개성 출신 석포 손세기 선생의 통일의 꿈을 담은 태극문양과 한반도 지형을 닮은 한반도 데크로드를 통해 천천히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