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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빚더미… 임대 입주자 덤터기 우려

LOCAL FOCUS_삼가2 뉴스테이 ‘먹구름’

5년간 '진입로 없는 유령 아파트'로 방치됐던 용인시 처인구 삼가2지구 1950세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단지 전경. 최근 수백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단지 좌측으로 임시 진입도로가 개설되면서 입주 절차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도로 개설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의 부담 주체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예상된다.

글: 김종경/ 드론: 임수재 본지 객원사진기자

 

시행사 ‘서림도시개발’ 진입로 미확보 화근
용인시 임시 도로 개설… 비용 부담 숙제로
결국 임대보증금·월세 인상 가능성에 무게
무주택자들 “늑장 입주도 억울한데” 분통

 

용인신문 |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추진된 용인시 처인구 삼가2지구 1950세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이 5년이 넘는 표류 끝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사업 시행사의 심각한 재정 문제와 그로 인한 비용 전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사업의 핵심 주체인 시행사가 300여억 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빚을 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을 미래 입주자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주택 사업이 결국 서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부실 시행사’ 책임과 300억원대 채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업 제안자이면서 시행사인 ‘서림도시개발주식회사(구, ㈜동남개발)’의 총체적 부실과 사업수행 능력 부재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림도시개발은 사업 초기부터 핵심적인 사업승인 조건이었던 진입도로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당초 이 사업은 인접한 역삼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 내에 개설될 도로를 주 진입로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허가 받았으나, 시행사는 역삼지구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는 아파트 건물이 2021년 2월 완공되고도 5년 가까이 입주가 불가능했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시행사의 재정 상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관련 업계를 통해 확인된 채무액만 약 300여억원 대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8년간 용인세무서에 체납한 법인세 약 114억 원, 용인시에 체납한 지방세 약 11억 원 등 총 125억 원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서림도시개발은 국세청의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등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일시적인 자금난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심각한 재정 불건전성을 의미한다.

 

여기에 사업 초기 여러 협력업체로부터 차입한 민간 채무까지 더해져 채권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최근 채권자들은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시행사 소유의 사업 리츠(REITs) 주식에 대한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받아낸 상태다. 이처럼 부실한 재정 상태의 기업이 5300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공공지원 사업을 수행해 온 것 자체에 대한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 ‘임대료 폭탄’ 논란… 비용은 누가 내나?

최근 용인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임시 진입도로를 개설하면서 입주 가능성이 열렸지만, 이는 ‘임대 분양가 폭탄’이라는 새로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시행사의 책임으로 발생한 진입로 미확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수백억 원의 임시도로 공사비와, 5년간의 사업 지연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막대한 금융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업계와 예비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추가 비용이 고스란히 임대보증금 및 월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업 초기 예상됐던 임대료보다 50% 이상 높은 금액이 책정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우려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시행사가 자신의 사업 실패로 발생한 손실을 미래 세입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결국 저렴한 임대료를 기대하며 오랜 기간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무주택자인 처인구의 한 시민은 “사업 지연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행사에 있는데, 왜 그 비용을 입주자들이 감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5년을 기다린 것도 억울한데, 낡은 아파트에 비싼 값을 내고 들어가라는 것은 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 칼자루 쥔 용인시, 행정적 책임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업이 표류하고 시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용인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용인시는 행정적 한계를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용인시 주택과 관계자는 “시행사의 세금 체납 문제는 법적으로 사용승인의 직접적인 결격 사유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시가 이를 근거로 승인을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세청 등 채권 기관에서 해당 부동산에 대한 압류와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행정적으로 사용승인을 제한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대료 문제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승인 당시 임대료 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받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논의되는 임대료(34평형 기준 보증금 1억 6000만 원, 월세 70만 원 선)에 대해서는 꼼꼼히 검토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용인시의 입장은 법적·행정적 절차를 존중하는 원론적인 태도지만, 결과적으로 부실 시행사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시민 피해를 방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측의 주장이다. 5년간 도시의 흉물로 방치된 건물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행정적 압박과 시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 사이에서 용인시의 대처가 주목되는 이유다. 시행사는 오는 8월 22일경 임차인 모집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그 이전에 용인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