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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정치인들은 더 이상 국민을 깜보지 말라


[용인신문] 타향에서 뭇 사내의 유혹(誘惑)에 넘어가 그의 처로 살다 버림받은 아낙이 자신의 신세를 개탄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삼년 동안 그의 아내가 되어(삼세위부三歲爲婦) 방에서 쉼 없이 수고를 했거늘(미실로의靡室勞矣)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 잠들며(숙흥야매夙興夜寐) 아침이 있는 줄도 모를 만치 일을 했지(미유조의靡有朝矣). 마침내 법적으로 혼인이 성사되니(언기수의言旣遂矣) 이때부터 남편은 돌변해 나를 패는구나(지우포의至于暴矣).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정언사지靜言思之) 내 팔자도 참 처량하다(궁자도의窮者悼矣).


시경(詩經)위풍(衛風)()()에 기록된 이 노래는 옛 사람들이 못된 군주 또는 무능한 군주를 논할 때 가끔이지만 들먹이곤 하는 문장이다. 풀어보면 그가 훌륭한 군주인줄 알고 삼년동안 뼛골 쑤시게 그를 위해 일했거늘 백성을 위하기는 고사하고 되레 백성들의 고혈을 빠는 천하의 악인이라는 한탄의 노래다.


여기에 본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한 후대에 두고 두고 명문이 되는 유명한 사자성어가 나오는데 숙흥야매(夙興夜寐). 본래의 뜻은 남편(군주)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하느라 밤늦게 잠들며라는 말인데 송말원초(宋末元初)의 인물로 자를 무경(茂卿)이라 하고 호가 남당(南塘)인 진백(陳柏)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경계의 잠()으로 위의 문장에서 숙흥야매를 차용해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을 지은 것이다. 그 이후로 숙흥야매라는 말은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반어(道伴語)가 되는데 원전은 시경소아(小雅)소완(小宛)편에 나오는 숙흥야매(夙興夜寐무첨이소생(無忝爾所生)이 비전(鼻典)이다.


풀어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하루를 살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 때까지 널 낳아주신 부모님 욕되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孝經 士章>. 바로 앞 문장이 아일사매(我日斯邁이월사정(而月斯征)인데 내가 하루 열심히 살면 너는 한 달을 열심히 살아야한다.”라는 말로 여기서 나()는 백성(百姓)이요, 너는() 치자(治者). 백성이 군주를 선택하는 것은 내 위에 군림해 주세요가 아니라 백성을 잘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이다. 미련한 정치인이 아니라면 이 말을 이렇게 경책 삼을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국민을 깜 보지 말고 똑바로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