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은아트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용인시는 그동안 문화적 후진성을 면치 못해왔다. 도시가 급작스럽게 성장하면서 문화 인프라를 갖출 겨를도 없이 인구 100만을 육박했다. 시민들 가운데는 문화적 갈증을 인근 수원이나 성남, 서울 등지에서 해소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용인여성회관이 공연시설을 대신해 크고 작은 공연물을 올리면서 명맥을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포은아트홀이 개관 했다고 용인의 문화적 상황이 단번에 뒤바뀔 것으로 기대해서는 오산이다. 강박관념일 뿐이고, 그런 가운데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무조건 값 비싸고 화려하고 유명한 예술인이나 유명한 공연물로 극장을 채우는 것만이 후진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칫 우리는 너무 수준에만 집착해 외형적으로만 크고 번듯한 것들을 쫓을 수 있다. 뒤집어 외형적으로 크고 번듯한 것만이 고급스럽고 수준 높은 것으로 착각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공연물들 가운데 수준 높은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용인시에는 도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 지역도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도시민만을 위한 공간, 도시민 속에서 조차도 소외자를 낳는 소수만을 위한 공연장은 반쪽짜리밖에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에이콤인터내셔널 윤호진 대표가 뮤지컬 티켓 값을 5만원 이하로 책정하겠다고 밝혀 뮤지컬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로열티를 물지 않는 창작공연물로 1년 정도 공연을 하고 배우 출연료의 상한선을 적정하게 하면 안 될 게 없다고 했던 지지 발언도 있었음을 기억한다. 필자는 이를 통해 비싼 공연이 그 지역의 수준을 대변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하고, 비싼 공연을 가는 사람만이 수준 높은 문화시민이 아님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포은아트홀은 시민의 세금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이니만큼 용인시민가운데 소외자들을 최소화 해 골고루 향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도시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포은아트홀이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공연물들을 예사로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농촌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낯설고 동떨어진 기분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 문화예술을 누려보지 못했더라도 새롭게 개관한 아트홀이 무엇하는 곳인지 궁금해 할 것이고, 그곳에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지레 포기하고 말지도 모른다.
용인시는 인구 20만도 안되는 군 단위 지역에서 문화적 훈련과 의식의 성장 없이 시단위 시민으로 단번에 점프했다. 이 사이에 문화적 수준을 갖춘 주민들이 유입되어 단번에 주류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그들은 용인시민 전체가 아니다. 극히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또한 용인문화재단이 이미 출범했으니 외부의 메이저 공연과 외부 인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역과 적절하게 배합해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취한 공연물을 제작해 지역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일에도 노력해야 한다.
팝의 본고장인 영국과 미국의 대중문화 시장에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굳이 지역문화에 비유하자면 지역문화가 중앙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인기를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주변의 성남아트센터나 수원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 등과 외형적인 경쟁에 휘말려서도 안된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만 묵묵히 하면 된다. 문화적 힘을 기르면서 문화적 향유 기회를 골고루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