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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와 인문학

“지구를 아껴 써야 해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얼마 전 시흥 지역 지진 뉴스가 나오자 했던 말이다. 환경파괴 전체를 싸잡아 지구 재앙을 염려하는 것 같았다. 최근 필자와 함께 영화보기를 즐겼던 탓도 한몫 했으리라.

 아이와 함께 인류가 땅 밑으로 가라앉는 영화 「2012년」을 본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23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지진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쓰촨성 지진사태 충격이 채 가지시도 않은 시점이다.

그 즈음 국내에서는 한 방송사가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이 훼손되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방영했다. 또 가까운 미래에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 「아바타」가 흥행가도를 달렸다. 이와 함께 멸망한 지구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길 위를 떠도는 영화 「더 로드」까지 모조리 섭렵했던 것이다.

그러니 지진 소식에 놀랐을 아들 녀석의 머리도 꽤나 복잡하고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나름 지진의 안전지대로 평가받았던 수도권까지 흔들렸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갑작스런 지진의 흔들림에 가슴을 쓰러 내렸다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잖은 불안감과 걱정이 생겼다. 아마 모든 부모들이 똑같은 마음이겠지만, 나의 세대보다는 결국 우리 아이들의 미래 세대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존의 눈물」에서도 보았듯이 인류는 스스로 종말을 자초하고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도 오랫동안 살아온 아마존 원주민들. 이젠 아마존이 외부세계 인간들로부터 파괴되기 시작한지 오래다. 그리고 자연환경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오던 원주민들의 삶도 문명과 질병으로 파괴되고 있다. 아마 인류의 마지막 희망의 상징일지도 모를 아마존이.

 우리나라 역시 전국이 공사현장이다. 개발의 명분은 국민의 편의와 경제 발전을 위한 것임에도 늘 무차별적으로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도농복합시인 용인만 해도 365일 늘 공사 중이다.

그러니 어떤 이들은 공사 없는 도시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갑자기 산이 깎이고 논밭이 매립되어 사라지기 일쑤다. 그리고 고층 아파트와 크고 작은 건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실제 다음이나 구글 지도에 나타난 용인시는 이같은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옛날 모습인 곳들이 태반이다. 그래서 용인시를 보고 있노라면 개발도상국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이다.

최근 수지구에는 용인지역 최초가 될지도 모를 인문학 공간인 『문탁(問琢) 네트워크』가 생겨 신흥도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인문학 공부와 더불어 밥 먹고, 사랑하고, 옷 입고, 잠자고, 돈 벌고, 사람 만나고, 살아가는 일들에 대해 서로 묻고 더 나은 길을 찾는 모든 실험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세상이 속도와 경쟁의 전쟁을 치르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협력과 느림의 정신으로 사는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한다. 살림살이를 바꾸는 공부와 실천을 하면서 도시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텃밭 농사꾼이 되고, 서로 돕고 더 많이 나누면서 풍요로워지고, 더 깊이 성찰하고, 자본이 생산한 물품의 소비자가 아니라 삶을 음미하는 생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 인문학 붐이 일고 있는데, 인문학 공부를 통해 단순히 지적 갈증해소가 아닌 삶의 성찰과 실천을 담보할 수 있다니 정말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세대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