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이면 용인 600년이다. 조선 태종 14년(1414) 8월 21일을 기해 고려시대의 행정구역 명칭이던 용구현과 처인현을 병합하고 용구의 용자와 처인의 인자를 합쳐 용인이라 한 데서 기인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8년 12월에 기념사업회 출범식을 가진 바 있다. 최근 용인문화원에서는 두 차례의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용인 600년은 실로 엄청난 세월이다. 물론 용인이라는 명칭이 탄생한 것이 600년이라는 의미일 뿐, 문헌에 나타나는 용인의 연원은 더욱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 시대까지 올라간다. 고구려 시대에 구성현이라 불리우던 명칭이 신라 때 거서라는 명칭을 거쳐 고려 때 용구현이 된 것이다.
굳이 연원을 따져보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의 누적됨을 상기하고자 함이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용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침 2010년도 시정 목표가 ‘용인의 정체성을 찾자’라고 한다. 용인 600년을 앞두고 용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시도일 것이다.
늦은 감이 있어도 매우 빠른 결정이라서 다행스럽고 반갑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용인에 600년이라는 세월이 녹아있음에도 그 무수한 세월을 허비하면서 아직까지도 정체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6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간들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여전히 용인의 정체성은 모호한 채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600년이라는 세월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갔고, 얼마나 많은 사건이 있었으며, 유형무형의 역사가 쌓여있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60번 변한 길고 긴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곳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을 해야 하는 사실은, 후손된 입장에서 우리 용인 시민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죄송스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용인은 정신적인 유산은 물론 유형의 유산들까지 산재해 있어 마치 문화재의 보고와도 같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그동안 우리는 이 구슬 보배들을 사방 천지에 방치해 왔다. 이것을 어떠한 큰 그림 안에서 꿰어내야 오는 2014년을 기점으로 앞으로 600년, 1000년의 도시 용인을 그려낼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지 4년여 후만을 의식하면서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졸속으로 일이 추진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말이다.
역사 문화 환경 미래를 담아낼 수 있는 1000년의 큰 그림을 우려내는 용인의 정체성이 이번 기회에 찾아져야 한다. 이번 600년을 기점으로 용인은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만 한다. 용인문화원에서 600년 기념사업회를 꾸려 추진하는 일은 문화원은 물론 이 일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에게 실로 엄청난 사명감을 필요로 한다. 또한 엄청난 명예임을 잊어서도 안된다. 따라서 이 일에는 역시 엄청난 책임감이 따른다.
앞으로 남은 4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600년, 아니 10년 앞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그린다고 해도 4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다. 세심하게 살피고 점검하고 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의 역사 오류가 있다면 바로 잡는 일부터, 무엇을 크게 계승해야 할 지, 현재를 살고 있는 용인시민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그래서 이것들이 모여 어떠한 에너지를 분출하게 해야 할 지를 철저하게 고민하고 계산해서 성공적인 600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