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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교육

공부하고 싶어도 이젠 어디서…

현장을 가다 / 갈곳 없는 신갈 야간학교
용인시 주차타워 건설에 쫓겨
25년 이어온 ‘컨테이너 박스’ 수업 ‘위기’

   
 
“요즘 문맹의 서러움을 아는 사람이 있나?”
지난 14일 저녁 기흥구 신갈동의 신갈야간학교(교장 윤명호·45)의 불빛은 어느날 보다도 반짝였다.

15일, 바로 내일이 시에서 철거를 명령한 날. 용인시의 주차타원 건설로 신갈야간학교가 곧 폐교될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신갈야간학교의 학생들과 이곳을 이끌어온 교직원들은 수업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이곳은 문맹을 어쩔 수 없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왔던 이들에게 단하나 남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신갈야간학교는 지난 82년 출발해 어느새 25년 이라는 세월옛?2000여명의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한 필지 남짓한 낡은 컨테이너 박스 교실에서 일군 커다란 일이다. 현재도 98명의 학생들이 나이도 잊은 채 한글자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년 전 이곳으로 와 이제 초등학교 4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는 김용순(75) 할머니는 “정말 은행에 가서 내가 계좌번호 적고, 이름 쓸 때의 기분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투표할 때도 이제 이름 보고 찍을 수 있잖아. 그 한(恨)을 여기서 풀었는데…”라고 말하며 이제는 길거리 간판도 노래방에서도 숫자와 글씨를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명호 교장은 “여기에 지금 학생만 98명이 있고 선생님이 27명이 있어요. 야학 중에는 아주 큰 편이죠. 선생님들은 모두 자원봉사예요”라며 “용인분들이 80%를 차지한다면 오산이나 분당 등에서 배우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오는 분들이 20% 정도 된다”고 전했다.

△‘정’으로 쌓아 온 25년…어디서 배우나
윤 교장은 신갈야간학교를 이끌어온 힘은 인간적인 “정”이라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선생님들의 나이가 20대 초반, 그들은 이곳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정’이 묻어나는 곳. 고단한 삶의 뒤안길에 서있는 이들의 단하나의 쉼터. 그곳이 바로 ‘신갈야간학교’다.

그랬던 이곳이 이제 헐릴 위기에 처했다. 용인시가 학교 앞 오산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천주차장을 없애면서 시유지인 이 곳에 주차타워를 건설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빠르면 12월 시작된다. 시는 학교가 옮길 곳도, 대체 부지도 마련해주지 않았다. 못 배운 설움에 울었던 우리 어머니·아버지의 꿈과 희망이 쌓인 곳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 열린 ‘손 편지’ 쓰기 국제대회에서 이 학교 손모(여·50)씨는 첫사랑에게 편지를 써 특별상을 받았다.

‘내 첫사랑에게, 안녕하세요. 드디어 당신에게 편지를 쓰네요. 당신은 내게 많은 편지를 받기를 원했지요…그런데 나는 그 동안 한글을 깨치지 못해 쓰고 싶어도 편지를 쓰지 못했어요… 당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네요. 그곳에서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잘 지내시기를.’ 한글을 몰라 연인에게 답장을 못 보냈던 젊은 여인은 오십 줄에 들어서야 뒤늦은 고백을 했다. 비록 남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이 밖에도 신갈야간 학교 학생 16명이 초·중·고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대학에 합격한 이도 있다. 또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국적이 다양한 외국인 어머니들도 한국의 문화와 정, 그리고 한글과 예절 등도 모두 이곳에서 익히고 배우고 있다.

경희대 4학년에 재학중이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현중 교사는 “올 여름 처음으로 제부도에 1박2일 수학여행을 갔는데 너무나 좋아 하시는 어른신들의 모습이 아직도 환하게 기억된다”며 “한평의 작은 공간이라도 주어진다면 천막을 치고라도 수업을 계속이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윤명호(44) 교장은 “이 학교는 이곳이 아니면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소외계층의 눈물과 꿈이 어린 곳”이라면서 “대체부지를 마련하려 용인시청, 교육청, 도청 등을 찾아 다니며 하소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폐교위기를 눈치 챈 학생들이 동요하자 최근 학교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카페를 열고 폐교 반대운동과 함께 모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일일찻집을 열고 조금이나마 학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후원금도 받고 있다.

윤 교장은 “관계 기관에 호소를 해도 관련 법규상 내 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 이곳을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이곳을 지키고 이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후원 계좌를 만들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원계좌 농협 235084-51-153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