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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꽃ㅣ강은교

강은교

 

지상의 모든

피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지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보이는 길과

지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들에게

 

말해다오

나,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강은교는 1945년 함경남도 홍원에서 내어나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는, 등단 이래 40년 가까운 동안 끊임없는 자기 심화와 정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왔다. 그리하여 그녀는 현대시의 권역에서 하나의 뚜렷한 고전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강은교는 한국 현대시를 운위할 때 시사적 자산으로 치부하게 되었으며 한국 현대시사에 우뚝 섰다 할 것이다.

「꽃」은 화자의 가이없는 기다림을 노래한 시다. 지상에 피는 모든 꽃들과 지상에서 지고 있는 모든 꽃들에게 화자가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보이는 길들과 지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들에게도 화자가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달라는 것이다. 꽃이 무엇을 은유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이 시의 비의다.

꽃은 무엇의 객관적 상관물로는 그 수용 폭이 너무나 넓다. 사랑이거나 사람이거나 역사이거나 무엇을 치환해도 치환 가능하다. 지구라는 별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라고 읽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길은 무엇의 은유인가. 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다. 모든 길은 모든 사람이라고 읽어도 오독은 아니다. 그러니까 지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화자가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달라는 것이다. 화자의 위치공간이 별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화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별에서 거처하고 있는 영혼이다. 지상은 모든 사람들은 영혼으로 화자에게 갈 수 밖에 없다. '창작과비평사' 간 『벽 속의 편지』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