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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작가 러시아 기행6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 6


하바로프스크

 

연해주의 한인들

 

글 사진 이상엽/작가

 


하바로프스크의 풍경은 넓은 도로와 높지 않은 건물들로 횡 하니 비어 보인다.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지나왔던 도시들과 다른 사회주의 냄새가 풍긴다. 직선적이면서 꾸밈이 없는 회색의 빌딩들.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층 아파트의 고려인의 집. 사실 주거등록이 여전히 존재하는 러시아에서 민박집에 묵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요령 것 민박을 하고 주거등록은 호텔에서 돈을 주고 가짜로 만드는 것이 관행이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경상도식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곳 하바로프스크에는 한국인과 고려인, 북한사람들과 중국의 조선족까지 모여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수리스크는 연해주 고려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다.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스탈린 시절 강제 이주되고 비어있는 땅에 들어 온 이들은 사할린에서 살던 고려인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전통적으로 연해주 고려인하면 사할린 출신들을 뜻한다.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못할 뿐 더러 문화도 잊었다.


요즘 우수리스크에 한글 간판이 들어서고 한국어가 흘러나오게 된 것은 중국 조선족들 덕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던 고려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민족주의 심화로 인해 차별을 받게 된 고려인들 중 나이 많은 이주 1세대나 2세대들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로서는 삶의 기반을 버리고 또 다시 이주 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몇 해 전 타슈켄트에서 만난 고려인 노인은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아무것도 없었소. 그래도 우린 집도 짓고 농사도 지었지. 70년대는 우크라이나 흑토까지 원정 농사를 갔소. 그 때 돈 많이 벌었지. 계절노동이라고 들어봤소. 그곳에서 움막지어 놓고 채소 자랄 때까지 있다가 팔고 오는 거지. 연해주로 돌아간다고 무슨 걱정이 있겠소. 땅 많겠다, 내 먹을 것만 지으면 되는 거 아니요. 다만 여기 남은 아이들이 걱정이지.”<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