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복지혜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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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
동글동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바닥을 적시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하는 열정이 교실 안을 후끈 달군다.
처인구 양지면 한터로 341-23(구 주북리 700-1), 용인시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라온’은 부모나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생계를 위한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 지적장애인과 자폐 장애인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다.
3명의 사회복지사와 1명의 조리사, 공익요원 2명이 오전 9시에 천리 하나로마트 앞부터 시청, 양지, 둔전 등을 돌며 각 가정에서 이들을 데려와 함께 생활하다가 오후 4시 이후에 보호자 품으로 돌려보낸다.
라온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는 주로 이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영위할 수 있도록 훈련과 활동, 치료 및 체험학습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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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 |
일정액 재료비 정도의 실비로 재능봉사를 자처한 강사도 있다. 원예치료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주로 식물과 화분과의 관계를 다루며 심신 발달을 도와준다. 식물을 화분에 옮겨 심는 등 본인이 직접 가꾸고 때로는 집으로 가져가서, 자라는 신기한 모습을 관찰하며 키우기도 한다.
라온 인근에 도예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제조하는 곳이 있다. 사회복지사들의 노력으로 인연을 맺게 된 이곳에서도 재활 훈련은 이루어진다.
자신의 얼굴 모습을 흙으로 빚어 구워내니 정작 만든 본인이 봐도 신기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자 접시를 비롯해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직 명품 도자기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상상속의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행복이 짜릿하다.
같은 맥락의 미술치료 시간도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손놀림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 잘 만든 작품은 식구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영광도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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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활동1 |
사회적응훈련의 일환으로 경전철도 이용해보고 외식을 비롯해 영화관람, 각종 공연관람 등 티켓을 직접 구입하고 체험하다보니 이젠 보호자 도움 없어도 혼자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장보는 법을 실습하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입해서 물건 값을 치르다보니 어느새 바쁘게 생활하는 부모님이 생각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에서 필요한 물건도 내가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침 등교 시 필요한 물건의 목록을 만들었다. 아직은 선생님들의 세심한 지도가 따르지만 언젠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집에서 부모님 앞에 장바구니를 풀어놓으니 칭찬 일색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흐뭇한 삶이다.
가장 즐거운 때는 점심시간이다. 식구들과 여럿이 함께 어울리니 식단은 언제나 푸짐하게 보이지만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맛도 기가 막혀 조금 더 먹고 싶은데... 항상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지만 어느새 다음 프로그램에 몰두한다.
2년 남짓 라온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차량운행부터 라온 안팎의 살림을 도맡아온 송하근 씨는 “이들에게는 치료라는 목적보다는 앞으로 더 이상 퇴행이 진행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많이 움직이고 많이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매시간 즐겁게 몰입 강도를 높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이상 병이 진행되는 것을 멈추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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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활동2 |
이들에게는 문구류, 생필품 등 연필 한 자루부터 쌀 한 봉지까지 하찮은 것이 없다. 모든 물품이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위치한 곳이 큰 길에서 안쪽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라온의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이 대부분이고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매스컴의 사건 보도 이후 보내기를 꺼려하는 보호자도 생겼다는 점이다.
송 사회복지사는 “최근 매스컴 보도는 일부 시설에서 일어난 사건일 뿐”이라며 “오히려 맑은 공기와 자연이 어우러져서 공동체로 함께하기에는 훨씬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