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교육도시’다. 이는 현대에 만들어진 도시 브랜드가 아니다. 조선시대, 인구 2만 명이 채 안 되던 이 고을에서 300명이 넘는 과거급제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용인이 태생적으로 배움의 기운을 품은 땅이었음을 증명한다. 높은 양반 계층 비율을 바탕으로 향교와 서원을 중심으로 학문 공동체가 뿌리내렸고, 이는 사람을 길러내는 도시의 기초 체력이 되었다.
이러한 교육적 DNA는 단절되지 않았다. 심곡서원이 명륜학원을 거쳐 현대 학교의 전신이 되었듯, 용인은 자연스럽게 현대 교육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다수의 대학이 자리 잡고, 용인외고와 같은 명문고가 탄생했으며, 수지와 기흥은 수도권의 대표 학군지로 부상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시민들의 선택이 모여 도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역사가 물려준 유산과 시민들의 자발적 선택이 오늘날 교육도시 용인의 두 기둥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강고한 전통과 시민의 높은 교육열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도시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선 8기 용인시가 시도하는 ‘소통(communication)’ 기반의 교육 행정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이 직접 학부모와 교장단을 만나 현안을 해결하는 정례 간담회는 교육자치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매우 긍정적이다.
물론, 지난 2년간의 성과는 통학로 안전시설 확충과 같은 ‘하드웨어’ 개선에 집중되었다. 이는 시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소통 채널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다음 단계의 질문이다. 이제 용인시는 이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의 본질, 즉 ‘소프트웨어’ 혁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미래 교육도시의 조건은 명문대 입학생 수나 높은 학업 성취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해,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 등 교과서 밖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자체는 시립 도서관, 박물관, 산업단지 등 도시의 모든 자원을 학교와 연결하는 교육 플랫폼을 설계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며, 교사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질적 심화를 이끌어야 한다.
조선 선비들의 학문적 기품과 현대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용인에게 주어진 귀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미래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열쇠는 결국 지속적인 소통에 기반한 ‘교육 거버넌스(governance)’구축에 있다.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고, 행정이 현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용인이 수백 년간 이어온 교육도시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계승하길 바란다. 그 시험대가 바로 지금,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심혈을 쏟고 있다는 교육현장과의 소통 테이블에서 시작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