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왕자에게
노광희
안녕 나의 어린 왕자
안녕이란 말은 왠지 훅하고 불길 같은 것이
가슴에 안기지
꼬옥 안아봐도 될까
이제 가을 냄새 번져가는 어느 들판에 서서
유언장처럼 사용한 말들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지
나와 마주한 적 없어서
부스럭거릴 때까지를 한참을 기다렸어
찔레에 맞아 퍼래진 등허리에
뛰쳐나가는 무게를 싣고 따라가던 얼룩들이
꽃을 피웠네
아직도 그 별들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지
하늘이 낮아지면 생기는 별똥별
오래 갇혀있던 너를 업고 부서지듯 던진 기원
처음 지나간 빛을 기억해
꼬리를 물고 떨어지는 시간은 순간이라서
저문 밤 몸살로 며칠을 앓던
무릎에 얹어진 슬픔이 따뜻해져서
하루 한 페이지씩 넘기는 날에
조금씩 너의 얘기로 한 걸음씩 걸어가
어느 작은 목섬 기슭에 자는 파도 같은 푸른 옷깃을 입고
죽는날까지 처음인 날 것들이 많은 날
함부러 달려드는 바람을 걸러
천천히 흔들어 보는 일은 껍질도 꽃잎 인냥
이젠 꼭 안아볼까 하는데
나의 생은 언제나 부끄러운 맨발
그 깊고 푸른 눈으로 나를 기억하는지
순수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및 용인문인협회 회원.
종자와 시인 박물관에 시비 선정 수혜 [상처에 대하여]
시비가 있다.
시집
[따뜻한 남자의 손은 두 개다]
[상처에 대하여]
[너를 기다리는 동안]
[손톱을 길러 보기로 했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