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우리 집은
장진수
정리 하고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살고 싶다 그러고 잠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도 먹고 정리도 한다
우리집은 그래서 편한 나의 둥지
우리 집에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다
함께 이야기 하고 같이 밥 먹고 행복하고 싶다
장진수
지적장애(중증)
2024년 개인시집 출간(4인 4색 사업)

내가 있는 우리 집은
장진수
정리 하고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살고 싶다 그러고 잠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도 먹고 정리도 한다
우리집은 그래서 편한 나의 둥지
우리 집에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다
함께 이야기 하고 같이 밥 먹고 행복하고 싶다
장진수
지적장애(중증)
2024년 개인시집 출간(4인 4색 사업)

괘종시계 이병진 어디에 눌러있어도 배꼽 맞추고 살 운명이다 팍팍한 삶일지언정 부부의 연緣으로 묶여 지내다 보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방향도 같은가 보다 종종걸음치는 살뜰함이 있고 천천히 따라가는 배려가 있다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길을 가고 말없이 따르고 술 취한 다음 날도 어김없이 제 할 일을 한다 촌각을 다투는 치열한 북새판에 시침과 분침이 엇길로 가지 않는 것은 작은 걸음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초침 앞에서 떳떳하고 싶은 까닭이다 또각또각 시간의 동맥을 따라 걷다가 지칠 무렵 때맞춰 가슴을 뛰게 하는 종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약력: 2022년「월간문학」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시집 「나는 폭이 없는 길을 간다」(2023), 「애매와 모호」(2026) 제22회 모던포엠 작품상(2026), 용인문화재단 예술지원창작지원 선정(2026)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시야 동인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푸르른 날> 전문, - 『생활문화』 1946 . 2 약력: 미당 서정주(1915~2000)는 1936년 시 「벽」으로 등단해 『화사집』, 『귀촉도』, 『신라초』 등을 남긴 한국 현대 시인이다. 동국대학교 교수와 한국문인협회장을 지냈으며, 전통적 정서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가을에는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굽이치는 바다와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약력: 김현승(1913~1975) 시인은 1934년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했다. 조선대와 숭실대 교수를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고독과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정신적 깊이를 탐구하여 한국 주지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가을의 기도》, 《눈물》, 《견고한 고독》 등을 발표하며 한국 서정시의 영역을 넓혔다.
환희 김윤배 새벽 산자락이다 거미줄에 이슬이 수없이 매달렸다 이슬마다 나무들이 들어있다 숲이 들어 있다 산맥이 들어 있다 바람이 들어 있다 바람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간 시집 ‘겨울 숲에서’ ‘떠돌이의 노래’ ‘강 깊은 당신 편지’ 등과 장시집 ‘사당 바우덕이’ ‘시베리아의 침묵’, 산문집으로 ‘시인들의 풍경’, 평론집 ‘김수영 시학’,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 ‘두노야 힘내’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종 種 박설희 쓸쓸함과 막막함 사이에서 오늘의 물결이 닿은 곳 짝짓기를 거부해 후손을 남기지 않았다는 땅거북, 외로운 조지 마지막 종種으로 남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는 우리 외에 지각 있는 존재를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외롭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금속판을 싣고 우주로 날아갔다 ‘외롭다’는 마음을 우주인은 이해할까 검은 우주 속 단 하나의 종, 지구인 긴 밥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물속에서 휘젓는 멸종위기종 저어새도 도무지 먹이 활동에는 적합하지 않은 부리를 가진 나도 지구의 가장자리에 정박해 있는데 오늘도 난민처럼 지구 밖을, 별들을, 우주 너머를 기웃거리다 잠이 들 것이다 약력: 강원 속초에서 태어나 2003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가을을 재다』,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