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지역 내 가을철 문화‧체육 행사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용인시 공직사회 및 문화·체육계 단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지역 행사 곳곳에서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내빈소개 및 인사말 등 의전 문제로 마찰이 빚어지면서 시와 행사 주최 측 등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이른바 ‘의전 중독’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2일 처인구 남사읍 처인성역사교육관 인근에서 열린 ‘제4회 처인성문화제 페스티벌’ 개회식. 민간단체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의전 문제로 삐걱댔다.
행사 주최 측이 이상일 시장과 민주당 이상식 국회의원의 축사 이후 국민의힘 이원모 용인갑 당협위원장의 인사말을 소개하자,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갑자기 자리를 뜬 것.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시의원들과 자리에서 일어나자 개회식 단상으로 달려가 주최 측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기념식 단상 앞과 인근에는 행사를 보고 즐기러 온 시민 수백 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6일 처인구 백암면 일대에서 열린 백중 문화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개회식을 앞두고 이원모 당협위원장이 행사장을 돌며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모습을 본 민주당 관계자들이 큰소리 “내란 옹호 세력이 무슨 낯으로 돌아다니느냐”며 항의를 한 것.
결국 이 위원장을 개회식을 참석하지 못한채 자리를 떠났고, 국민의힘 소속 시도의원들과 민주당 관계자들 간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모습 역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모두 지켜봤다.
△ 서열 다툼이 된 ‘의전’ … 시민들 ‘눈총’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들과 시 공직사회는 정치인들의 과도한 의전 요구로 행사를 치르는게 힘들다는 목소리다.
내빈 소개 순서와 축사 등 인사말 여부에 따른 불똥이 주최 및 공직사회로 번지기 때문이다.
한 공직자는 “행사 의전을 두고 논란이 됐던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오죽하면 의전은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공직자는 “시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 보조금을 주는 행사의 경우 주최 측에서 진행한 의전으로 인해 공직자들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담당 부서에서 하는 정책이나 예산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의전 문제를 둘러싼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뿌리는 모습이다. 정치인들의 권위 의식의 산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인성 문화제를 방문했던 한 시민은 “낮은 자세로 봉사하겠다던 분들이 단상 위에서 소개 순서 등을 두고 서열을 따지는 것으로 보였다”며 “상대에 대한 예의나 시민들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열린 처인성 문화제 페스티벌 개회식 후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