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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 서주태 원장의 번식이야기

씨 없는 수박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수박에서부터 참외, 포도, 오렌지, 레몬에 이르기까지 요즘 시중에는 씨 없는 과일이 많이 나온다. 씨가 없으니 먹기 편하지만, ‘씨가 없다’는 표현을 들으면 직업 탓인지 괜히 마음이 걸린다. 다름 아닌 무정자증 때문이다.

 

최근 무정자증으로 난임에서 불임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남성이 자꾸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약 9만 명이 난임 시술을 받고 있으며, 이 중 50~60%는 남성 요인과 관련이 있다.

 

무정자증은 말 그대로 정액 속에 정자가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다른 하나는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배출되는 길이 막혀 정액에 나타나지 않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다. 폐쇄성의 경우 정관, 부고환, 사정관, 정낭, 전립선을 거쳐 요도로 이어지는 통로 어딘가가 막혀 있거나 다른 이유로 정자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이럴 때는 고환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해서 시험관아기 시술(IVF)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폐쇄성 무정자증이 되는 이유는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양쪽 정관이 아예 없는 선천성 양측 정관 결손(CBAVD)일 수 있고, 후천적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최근에는 임질, 클라미디아 등의 세균 감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부고환·정관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폐쇄성 무정자증은 피임을 목적으로 정관절제술(정관수술)을 한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항간에는 정액의 색깔만으로 무정자증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정액이 맑으면 무정자증이고, 뿌옇게 보이면 정상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일부 무정자증 환자에서 정액이 상대적으로 맑아 보일 수는 있다. 정자가 없으니 탁도를 만드는 입자가 줄어든 결과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정액이 맑아도 정자가 충분히 들어 있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흰색이나 탁하게 보여도 정자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정액의 색과 탁도는 정자 수보다 전립선액, 정낭 분비물, 단백질, 당분 등 다른 성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따라서 무정자증 여부는 반드시 현미경 정액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고환에서 정자가 전혀 생산되지 않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인지, 정자가 생산되지만 통로가 막힌 폐쇄성 무정자증인지 여부는 고환 크기와 혈중 호르몬 수치(FSH, LH, 테스토스테론)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다.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이라면 고환은 정상 남성보다 작을 수 있다. 비폐쇄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조직검사나 미세고환정자채취술 같은 검사를 통해 정자 채취를 시도해볼 수 있다.

 

정자 생산이 안 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남성의 고환 크기는 일반 남성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한국인 남성의 고환은 아무리 작아도 15㏄ 이상, 대체로 15~20㏄ 정도는 정상 범위로 본다. 서양인 남성은 보통 25~30㏄ 정도로 한국인보다 크다.

 

예전에는 고환 크기를 초등 저학년은 땅콩, 초등 고학년은 작은 대추알, 청소년은 제사 대추알, 대학생은 메추리알, 성인은 큰 메추리알에 비유하곤 했다. 남자의 고환은 10대 중반부터 20대 초중반까지 조금씩 커지고, 30세 전후가 되면 성장이 멈추고 안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