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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고무줄 잣대’ 횡포… ‘한국형 플랫폼’ 개발 절실

김민철 (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지난 8월 15일, 필자가 평소 자주 참고하던 유튜브 채널 ‘러시아학당’이 폐쇄되었다. 이 채널은 모스크바에서 8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25년간 거주한 교민이 4년간 운영해 온 곳이다. 운영자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1’ 뉴스에 자막을 달아 중계하고, 지도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왔다. 이와 함께 오랜 해외 생활에서 겪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생생한 모습, ‘실전 러시아어’ 같은 유용한 코너도 선보였다.

 

1000개가 넘는 영상이 하루아침에 계정 폐쇄와 함께 삭제된 것이다. 유튜브 측이 밝힌 폐쇄 이유는 ‘영상의 편파성과 사기성’이었다고 한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구독자는 3만여 명에 달했다. 아마도 인공지능(AI)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을 문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텔레그램으로 전황을 매일 두 차례 전하는 독립언론 ‘밀리터리 서머리(Military Summary)’ 등과 비교하며 전쟁 상황을 주시해왔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학당’이 자막과 함께 제공하는 러시아 국영방송 뉴스는 매우 유용한 정보원이었다. 결국 ‘러시아학당’이 폐쇄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른 쪽 시각을 사실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일부 극우 유튜버 채널에서는 ‘러시아는 산산조각으로 공중분해 될 것’, ‘게임체인저 등장으로 모스크바 함락 시간문제’ 같은 명백한 가짜뉴스가 버젓이 유통된다. 최근 주류 언론이 전쟁의 실상을 일부나마 보도하면서 ‘모스크바 함락’ 같은 선정적 주장은 줄었지만, 대신 ‘시진핑이 실각했고 펑리위안 여사와 딸 시밍쩌는 가택연금 상태’라는 식의 구체적인 가짜뉴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워낙 집요하게 퍼져나가다 보니 일부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푸틴이나 시진핑을 혐오하는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튜브가 이런 명백한 허위 정보에 대해서는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이런 편파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영상은 제재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젤렌스키 정권의 부패를 지적하면 어김없이 경고가 들어온다. 이는 유튜브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규제 잣대를 달리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우리 국민의 50%가 유튜브로 뉴스를 접할 만큼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누구나 채널을 개설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그 폐해도 심각하다. 선호 영상을 집중 노출하는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유튜브 중독’에 빠뜨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정부 역시 가짜뉴스 범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 위에 군림하는 유튜브는 명백한 가짜뉴스는 방관하면서도, ‘러시아학당’의 사례처럼 자신들이 숨기고 싶은 정보는 철저히 차단한다.

 

물론 이용자 스스로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언론의 공정한 팩트 보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시진핑 실각설’ 같은 가짜뉴스는 일본 언론은 물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언론조차 거의 다루지 않는다.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네이버와 같은 국내 대표 포털이 ‘한국형 유튜브’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우리 플랫폼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유튜브의 폐해로부터 벗어나 가짜뉴스를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네이버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