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돌
손택수
돌을 쥔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온기가 있다
나의 체온이 건너간 것이다
건너간 것이 체온만은 아니어서
떠나가는 거 서운치 않게, 지는 해를 따라가서
민박집에 주저앉았던 옛일도 떠오른다
입파도였나 국화도였나
찬찬히 낙조에 물든 밀물을 몰고 오는 시간
돌을 만지던 손을 코끝으로 당겨본다
희미한 물냄새가 있다
비가 지나간 걸 기억하고 있는가
가서는 되돌아오고 되돌아오길 왼종일
보리밭을 불어가는 바람처럼
떨어지질 않는 걸음으로 저만치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매어준 머플러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을 쥔다 누구의 체온인지 영
구분할 수 없게
약력: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