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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세상에 바치는 노래ㅣ강민숙

굽은 세상에 바치는 노래

                                          강민숙 

내 팔은 굽었다
이제는 펼 수 없게 굽어버렸다

굽은 팔을 내려다보며
내가 바라보는 세상
그도 나를 닯았는지 굽어 있다

나는 내 이 굽은 팔을
펴지 못한다 해도
세상의 모든 굽은 팔을 펼 수만 있다면
달려가리라
펄펄 끓는 저 용광로 속일지라도
내, 달려가 뛰어들리라

가만히 돌아다보면
왼팔도 굽었고
오른팔도 굽어버린 이 세상

왼팔은 오른팔을 보고 비웃고
오른팔은
왼팔을 보고 병신이라 비웃는
이 허망하고 허탈한 세상

내 희망의 씨앗을 뿌리리라
땅이 씨앗을 품듯이
다 뜰어안고
지천으로 피는 꽃, 휘날리는 꽃향기
내가 피워내리라
내 조국 이 땅 위에다.


*강민숙 시인의 시집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에서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10여 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