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9 한밤중, 도깨비와 통쾌한 씨름 한 판!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 저자 : 정세랑 / 출판사 : 창비/ 정가 : 8,800원 “2019년 책 한권도 안 읽은 여러분, 반갑습니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가 독서 포기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새로운 소설 읽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시리즈 중 첫 번째 선보인 작품은 정세랑 작가의 경쾌하고 기묘한 이야기. 문학성이 뛰어난, 그러면서도 “요즘 감성”이 담겨있다. 짧고 임팩트가 있는 스토리에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책 읽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하다. “열 살이 되기 전에 이미 60킬로를 넘어”버린, 그리하여 할 거라곤 씨름밖에 없었으나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끝나버린 전직 씨름 선수의 인생 역전을 위한 씨름 한 판! 올해 책 한권도 안 읽은 사람뿐만 아니라 책 꽤나 읽는다는 사람도 이 신나는 이야기 한 판에 여름밤의 열기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주유소 알바로 희망 없는 삶을 무력하게 이어가는, 실패한 씨름 선수인 주인공은 주유소 점장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된다. 도깨비와 씨름 대
산자락 옆 새 둥지처럼 우묵한 곳에 자리 잡은 2층짜리 전원주택 1층에 차고지와 갤러리 남편 경기대 초빙교수·아내는 관장 찰떡궁합 소박한 작업실 꿈 움터 지금의 집으로 결실 [용인신문]용인시 면적은 591.32㎢로 서울특별시와 비슷하다. 반면, 인구는 106만 명으로 1/10수준이다. 약 40만 세대의 시민들이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난 20년간 용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주거 문화다. 아파트가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런데 탈 아파트를 감행, 새로운 삶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는 전원주택에 산다’에서는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 또는 자발적 지원도 환영한다. <편집자 주>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고기동의 ‘아트스페이스 류’.큰 길에서 바로 보이지 않아 숨어있는 듯한 집.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몰라서 무조건 들어가 봤던 곳인데, 화가이면서 집주인인 유영미 관장의 유쾌한 안내에 이끌렸다. 첫날은 둘러만 봤고, 두 번째 방문 때 비로소 화가 부부인 유영미(53)·유중희(54) 작가를 만났다. 산자락 옆에 새 둥지처럼 우묵한 곳에 자리 잡은 2층짜리전원주택이 예사롭지
[용인신문]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의 경제도발로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 3대 독립운동 가족사를 담은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의 마지막 증언’(북앤스토리·비매품)이 책으로 나왔다. 현재 급성뇌경색으로 중앙보훈병원에 입원중인 오희옥 지사(93)의 기억을 토대로 일가족의 독립운동사를 담은 이 책에는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을 비롯해 아버지 오광선 장군, 어머니 정정산 지사, 언니 오희영 지사, 형부 신송식 지사, 그리고 오희옥 지사의 독립운동 활동 내역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숙현 작가는 “한집안 3대가 독립운동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용인의 자랑이고 우리나라의 자손심입니다. 좀 더 일찍 일가족 독립운동사를 정리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마지막 생존자 오희옥 지사의 기억을 토대로 한권의 책을 가까스로 펴내게 됐지만, 원래 6권의 독립운동사가 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박 작가는 “자료의 한계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집필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이렇게라도 한권의 책을 엮는 것이 영웅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였기 때문”이라며 “자료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갔으며
[용인신문] 내가 대학에서 퇴임한 것이 작년 2월 말이었다. 아침 9시쯤 일어나 자료와 연구서를 읽고 글을 쓴다. 어둠이 아파트 단지에 내리면 밖으로 나와 1시간 10분 가량 걷기운동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 9시부터 새벽 2∼3시까지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든다. 단순화 한 생활 속에서 동백택지개발지구를 벗어나는 날은 내가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 출판 기획을 봐주는 날과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동읍에 있는 텃밭에 나가 농작물을 가꾸는 날이다. 내가 이십여 년 전 용인시로 이사와 처음에 이삿짐을 푼 곳은 이동읍의 농촌 마을에 있는 아파트였다. 그곳에 살 때 채소 농사를 주로 짓는 농민이 주선해준 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일을 내가 동백택지개발지구로 이사를 온 후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 8월 하순 용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종묘사에서 배추 모종을 100포기 사서 미리 축분과 복합비료를 뿌려 놓은 밭에 심었다. 배추 모종을 심은 뒤 가뭄이 계속되었다. 축 늘어진 호박잎들이 차창으로 쓰러졌다. 버스에서 내려 슈퍼에서 생수를 3병 사들고 텃밭으로 갔다. 배추들이 모두 시들시들하였다. “오래간만이요.” 지나가던 농민이 말했다. “가물
[용인신문]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문도(門徒)라는 이유로 44세 나이에 곤장을 맞는 장형 80대에 처해진 뒤 평안도 희천(熙川)땅에 유배(실록연산4년 1498년 7월19일)되었다가 갑자사화로 유배지에서 참수당한 후 죽은 몸, 즉 시체인 상태로 순천의 저자거리인 철물시(鐵物市)로 이거(移居)된 후 다시 사지가 찢겨 효수된 인물이 한훤당(寒暄堂) 김굉필이다<실록연산10년 1504년 10월 7일>. (김굉필은 아호가 없으며 한원당은 그가 공부하던 처가 옆에 지은 글방의 당호다.) 그야말로 멸문지화 정도가 아니라 집안이 멸절된 것이다. 그런데 106년 후 멸문의 극형을 당하고도 스승 김종직도 성취하지 못한 반전을 했는데 1610년 광해2년 9월 4일에 정여창(鄭汝昌)· 조광조(趙光祖)· 이언적(李彦迪)· 이황(李滉) 등과 함께 이조오현(五賢)으로 수현 되면서 동방18현으로 동배향 제3위문경공(文敬公)으로 문묘에 종사된 것이다. 세조8년 1462년 무과로 등과한 무인 김유는 쌍둥이 김굉필 형제를 포함 13명의 자녀를 뒀으나 모두 어려서 단명(?)하고 김굉필만 독자로 자란 탓에 천지분간 못하는 안하무인격이다. 그를 잡아준 인물이 21세 때 만난 스승 김종직이다
[용인신문]일상적인 서정의 삶을 노래하던 옥빈 시인이 새로운 분위기의 시집 『업무일지』를 실천문학사에서 펴냈다. 옥 시인은 제목에서 말하듯 삶의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고 보아왔던 것들을 업무일지 형식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은 점점 사라져가는 현장 참여시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신서정 리얼리즘이기도 하다. 시인은 공구와 기계장비와 기계 부품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세상살이의 원리와 살림살이의 이치를 함께 구현하고, 서로를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부 「출근」, 2부 「점심시간」, 3부 「출장」, 4부 「퇴근」으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업무현장에서 함께 한 공구와 기계들과의 삶을 총 60편에 담고 있다. 축의 중심을 잡는 일이나/ 안아주고 지탱해주는 하우징처럼/ 사랑의 시작은 뭉클하다// 틈새가 벌어지는 일/ 둥글게 부대끼며 사는 동안/ 닳아진 볼처럼/ 사랑도 나이를 먹는다// 속이 거북해진 날들이 더해가며/ 토해내었던 각혈처럼/ 사랑도 아플 때가 있다// 축에 베어링을 맞추고/ 하우징을 조립한다/ 이 몸살 같은 사랑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베어링을 갈며」, 전문) 권덕하 시인은 해설에서 “도구와 기계의
[용인신문] 한동안 마른 장마와 가뭄으로 애를 태우던 중부지방에 지난 주 2~3일간 장마비가 내렸다. 장마가 물러가면서 다시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등 전국적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장마철 직전처인구 삼가동 아파트 놀이터 분수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김종경 기자>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8 과학과 예술이 된 요리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저자 : 줄리언 반스 / 출판사 : 다산책방/ 정가 : 14,500원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인 시대다. 작가 유시민은 가사노동 중에서 유일하게 창의적인 일이 요리라고 했다. 단순노동이 대부분인 집안일, 그래서 더 힘들고 지겨운데, 적어도 주방에서만큼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해주는 걸 받아 먹어만 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요리가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를. 또 그렇게 힘들게 탄생시킨 요리가 항상 맛있는 건 아니라는 걸.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이해 못한다. 요리는 정교한 과학이고 독창적인 예술이라는 사실을. 바깥일밖에 못하면서 음식 타박하는 사람들(요즘 그런 간 큰 남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이여. 정교하고 섬세한 손길로 예술을 하고 있는 주방의 아마추어 세프들에게 찬사를 보내시라!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줄리언 반스, 뒤늦게 요리를 배우면서 경험한 놀라운 일들과 요리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 낱낱이 공개한다. ‘레시피대로’ 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용인신문] 그는 키가 크다. 그의 어깨는 늠름하다. 그의 손바닥은 넓다. 그는 멀리 있어 내가 잡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늘 내 곁에 있다. 나는 매일 그를 본다. 나의 사랑하는 개오동나무. 처음에 나는 그의 이름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만 했다. 달리 볼 것이 없었으므로. 나는 친정언니들이 사는 평촌에서 오래 살았다. 언니들 근처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막내인 내게 언니들은 김치도 담아주고 반찬도 해주고 애들도 돌봐주었다. 용인으로 이사 온 후 언니들과 밥 먹고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던 일상들이 사라졌다. 마치 언니들이 나를 따돌리고 저들끼리만 극장에 갔던 어린 날처럼 나는 버려진 것 같았다. 나는 매일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가 다가왔다. 거기 아름다운 나의 개오동나무. 나의 개오동나무가 살랑거리기 시작하면 봄이 무성해지고 나의 일상도 기지개를 켠다. 그는 나를 다 안다. 내가 언제 일어나 커튼을 여는지. 누구의 전화를 받고 무슨 책을 읽는지, 오늘은 공원을 몇 바퀴 걸었는지, 왜 밤을 지새우는지....... 나의 개오동나무는 산길 입구에 서서 모든 계절을 다 지켜본다. 초봄에 산수유와 목련이 피고, 오솔길에
[용인신문]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용인시가 행정과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용인시는 아주 짧은 기간에 성장과 팽창을 거듭해 왔다. 도농복합시라는 특수한 형태로 급성장했지만 도시발전 속도나 외형만 놓고 본다면 전혀 손색없는 신도시급 모델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교통문제와 부동산 가격에 따라 도시의 선호도가 바뀌었다. 서울 인근 위성도시에 대한 선호도 패러다임이 변화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젠 도시의 경계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생활권이 직장과 주거지 보다는 소비문화공간에 따라 이동하는 추세다. 과거처럼 태어난 곳에서 한평생 뿌리내린 채 실길 기대하긴 무의미한 시대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과 용인, 용인과 수원은 짧은 거리임에도 보이지 않는 큰 경계가 있어 보였다. 기자가 초·중·고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공부 좀 했거나 집안에 돈이 있으면 고등학교를 수원으로 유학 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용인 지역사회에서는 출신 고등학교가 어디냐에 따라 출세의 지름길이 좌우되기도 했다. 결국 지역사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파벌과 반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는 출신지역과 학교가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되어 암암리에 세
‘오리 주물럭’ 착한 가격 온 가족 몸보신 딱이네 [용인신문]습하고 더운 여름 불쾌지수 올라가는 날들이라 보양식과 시원한 음식만 찾는 요즘. 오늘은 착한 가격에 온 가족 나들이와 몸보신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식당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멀지 않은 용인 지곡동에 위치해 있는 ‘황금 오리’는 유명한 인기 맛집 ‘물레 방아’와 ‘몽키그릴’근처입니다. 오리 주물럭 전문점인데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 없이 온 가족 몸보신하기 좋은 곳이에요. 주차장은 넓은 편이라 쉽게 주차가 가능하구요, 매장 앞에 커다란 간이 풀장이 놓여 있어 여름철에 물놀이를 겸한 가족 나들이로 좋겠더라구요. 입구에는 피크타임에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의자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어요. 방문했을 때는 매장 안에 손님은 가득했지만 다행히 웨이팅 없이 식사했습니다. 내부는 상당히 넓고 개별 룸이 따로 있음직한데 아쉽게 없네요.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건 ‘황금 오리’의 시그니처인 커다란 돌판이에요. 테이블마다 구비되어 있고, 가만히 살펴보니 기름이 저절로 흘러내려 담백한 오리 주물럭을 맛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딱 두 가지 오리 로스와, 오리 양념. 처음 방문이라 오
[용인신문]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 유의경이 쓴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61개 항목에 달하는 조롱과 조소를 통해 세상을 풍자해 놓은 배조(排調)편에 맹인할마(盲人瞎馬)의 고사가 있다. 하루는 죽림칠현을 흠모한다는 세명의 녹림처사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 뭘까”라며 저들끼리 되도 안 되는 말을 해대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것이다. 환현군(桓玄君)이 “창끝으로 쌀을 일어 칼끝으로 불을 때는 것”이라며 낄낄거리니, 은중감(殷仲堪)이 말을 되받으며 “백세가 된 노인이 고목나무 가지에 오르는 것이야 말로 더 위험하다”한다. 고개지(顧愷之)가 손사래를 치면서 “다 틀렸어. 우물 난간 두레박 위에 갓난아기가 누워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랴” 순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 있으니 은종감의 시종이 끼어들면서 한다는 말이 “고수가(장님) 한밤중에애꾸눈말을타고깊은못가를지나가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라고. 맹인할마(盲人瞎馬)가 주는 교훈은 하나다. 능력이 안 되는 자가 높은 자리 꿰차고 앉는 그것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일찍이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정유길은 근사록을 진강하면서 말한다. 학술이 있으면서도 물러간 사람이란 이황(李滉)을 가리키고<有學術而退去者 指李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