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공도자가 인간에 대하여 스승 맹자에게 묻는다. 사람은 다 똑같은데 누구는 대인이 되고, 누구는 소인이 되는 것은 어째서 입니까? (공도자문왈公都子問曰/ 균시인야鈞是人也/혹위대인或爲大人/ 혹위소인或爲小人/하야何也) 맹자의 답은 간단하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선한 본성을 가지고,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사람은 소인이다. 쉽게 말해서 예가 아닌 예와 의가 아닌 의는 대인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하여 직하궁의 철인 순자는 이렇게 주를 단다. 소인은 얻지 못했을 때는 얻지 못할까를 걱정하고, 이미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을 까봐 걱정한다. 이 말의 원문은 논어 양화(陽貨)편 공자의 말에서 시작된다. 비루한 사람과 함께 임금을 섬기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비부가여사군야여재鄙夫可與事君也與哉). 벼슬을 얻지 못했을 때는(기미득지야其未得之也) 얻으려고 걱정하고(환득지患得之), 이미 얻었으면(기득지旣得之)잃을까 걱정한다(환실지患失之). 벼슬을 잃을 걱정에 골몰(苟)하게 되면(구환실지苟患失之)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못할 짓도 없게 된다(무소부지의無所不至矣). 여기서 나온 말은 가진 자들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못할 짓도 없고, 없는 자
[용인신문] 용인으로 이사한지는 벌써 6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인접 지역에서 살다가 길 건너편으로 이사하여 행정구역이 변경되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지역으로 간다는 생소한 설렘은 거의 없었지만 용인시의 곳곳을 잘 안다거나 특별히 자주 다니는 곳도 없었다. 전에 살던 건너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을 품은 도시라 차로 이동하다 보면 녹지가 많이 보인다. 용인은 경기도의 남부 중앙이면서 면적도 넓은데다 예로부터 수렵과 농경이 동시에 가능한 하천을 낀 산간지역이 발달하였다. 그런 이유로 많은 선사 유물들이 발굴되어지는 탓에 우리 동네도 개발이 몇 해 늦춰지기도 했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떠나는 대신 용인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그곳은 해발 562m의 정광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숲 속에 숙박시설,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있어 가족들이나 모임, 단체에서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차로 달리는 내내 8월의 여름 하늘은 누구라도 기운을 돋게 하는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듯했다. 휴양림에 가까워질 무렵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이 보였다. 휴양림 뒤에 솟은 정광산 정상에 활공장이 있어서 패러글라이딩의 메카이기도 한 곳이었다. 그래서 휴양림 입구
[용인신문] 단국대학교 신임총장에 김수복 부총장이 선출됐다. 학교법인 단국대 이사회는 지난 23일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임명제에서 ‘간선제’로 바꿔총장을 선출했다.18대 총장의 임기는 8월 26일부터 4년이다. 김 신임총장은 단국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1985년 단국대 교수로 부임한 후 마지막 부총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을 지냈고,시집 《하늘 우체국》 등 다수의 시집과 저서가 있다. 아울러 △한국문학 신인상(1975년) △제19회 편운 문학상(2009년) △제6회 서정시학 작품상(2012년) 등을 수상했다. 한편, 장호성 전 총장은 임기를 9개월 남겨 놓고, 지난 6월 사임했다.
나는 자연을 표절했네 정 희 성 어떤 이는 말하네 시인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고 듣는 사람이라고 나는 새의 목소리를 빌려 나무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받아쓰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손녀가 창밖을 내다보며 저 혼자 하는 말도 받아 적네 아 자연은 신비한 것 세상 그 누구도 한 적 없는 한 마디 말을 하고 싶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네 어느 시인은 말했지 나는 자연을 표절했노라고 정희성은 서정시인은 아니다. 그의 시는 세상의 모든 삶을 아우른다. 그런 그가 자연을 표절했다고 한다면 수긍하기 어렵다. 자연을 표절했다는 말은 좁게 말하면 서경을 노래한 시를 두고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원자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자연 현상 아닌 것이 없으니 시인이 자연을 표절했다는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시인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고 보고 듣는 사람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새의 목소리를 빌려 나무의 노래를 듣는다면 진정한 시인이다. 나무의 목질 속에 숨겨진 거문고나 가야금을 보았을 터이고 현의 울림을 들었을 터이다. 어린 손자의 혼잣말은 시고 노래다. 그것을 받아 적는 시인의 눈빛이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앗숨* 정끝별 허공에 거미줄을 치는 거미처럼 종일 제 거미줄에 걸려 있는 거미처럼 모른 듯 모든 걸 걸고 내민 엄마 손을 잡는 아가손처럼 엄마 손을 놓고 달려가는 아가손처럼 모른 듯 모든 걸 놓고 벼락에 몸을 내준 밤나무가 바람에 삭아내리듯 절로 터진 밤송이가 제 난 뿌리로 낙하하듯 남은 숨을 군불 삼아 피워올리겠습니다 매일 아침 첫 숨을 앗 숨으로! * 앗숨(Ad Sum) :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뜻의 라틴어 정끝별 시인은 독특한 상상력과 언어의 파괴적 운용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그러나 「앗숨」은 그의 이와 같은 시세계에서 비껴있다. 시적 화자가 있는 곳은 허공에 쳐 있는 거미줄이다. 거미는 그러므로 화자의 은유다. 종일 거미줄을 치고나서 그 거미줄에 걸려 있는 거미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것을 허공에 다 걸고 있는 화자의 모습으로 읽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엄마의 손을 잡은 아가손처럼, 엄마의 잡은 손을 놓고 달려나가는 아가손처럼 모든 걸 놓는다. 모든 걸 거는 행위와 모든 걸 놓는 행위 사이의 간극에 인간이 있다. 인간의 온갖 욕망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시의 비의는‘모른 듯’이라는 표현이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처럼이
그와 나 사이 이태수 벚꽃들이 피고 지는 사이, 나무에서 나무로 새들이 옮아앉는 사이, 스쳐간 바람이 되돌아오는 사이, 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 어깨 겯고 있는 풀잎과 풀잎들 사이, 그 사이에 글썽이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들과 햇살 사이, 그런 사이가 나와 그 사이 꿈속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만나자말자 헤어져야 하는 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 이태수 시인은 등단 초기부터 서정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초월을 꿈꾸어 왔으며 현실을 따뜻하게 껴안아 왔다.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추구해나가는 시세계를 일관되게 펼쳐온 것이다. 「그와 나 사이」는 이러한 그의 시세계를 잘 보여주는 시편이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사물들은 꽃 피고 지는 벚나무며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앉는 새들이며 스쳐간 바람이 되돌아오는 소리다. 그뿐 아니라 어깨 겯고 있는 풀잎들이며 풀잎 위에 맺혔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이다. 자연은 그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자연 속의 여러 사물들 사이를 흐르는 짧은 순간에 그의 연민은 시작되거나 소멸한다.‘그와 나 사이’는 꽃이 피고 이우는 사이거나 새들이 나뭇가지를 옮겨 앉는 사이거나 바람이 되돌아오는 사이 처럼 한 순간에 눈빛이 오가는 연인 사이인 것이
묵 언 이승하 말을 할 듯 입 열었으나 그대 다만 미소와 손짓만 건네는구나 잘못했다 사랑한다 보고 싶을 거라는 말 대신 그대 미소로 눈물로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달라는 떨리는 손짓으로 이승하 시인은 생명예찬의 시인이다. 그는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태어나 어미의 젖을 빠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하여 병들고 죽는 과정까지를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러므로 생로병사의 통과의례는 그의 시세계를 이끌어가는 상상력의 근원을 이룬다고 보여진다. 「묵언」은 사랑의 생명성과 그 헤어짐의 안타까움을 노래한 시편이다. 사랑의 시작은 설렘이다. 설렘은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문이 열리면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시는 사랑도 생로병사라는 통과의례를 거친다는 가정 아래, 사랑의 종언을 말하는 장면이다. 시제를‘묵언’이라 한 것으로 보아 할 말을 참고, 몸짓으로 말을 대신하는, 아니 몸짓으로 말보다 더 아프게 말하는‘그대’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읽힌다. 헤어지며‘그대는 다만 미소와 손짓만 건네는’데 이때의 미소는 울음을 머금은 미소인 것을 화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잘못했다/사랑한다/보고 싶을 거라는 말 대신’미소로,
[용인신문]22일 숙환으로 별세한 강민 시인의 장례식이 문인장(文人葬)으로 치러진다. 문인장의 공동위원장은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펜클럽 이사장이 맡았다. 장례는 24일 오전 9시 30분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이다.
[용인신문] ‘걸어다니는 한국문단사’라 불리는 강민(본명 성철聲哲) 시인이 노환으로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강민 시인은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하고, 이후 『학원』 『주부생활』 등의 잡지사를 비롯한 출판계에서 근무했다.1963년 김수영, 신동문, 고은 시인 등과 함께 시동인 ‘현실’을 결성해 현실을 직시하는 창작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결성에도 적극 참여한 이래원로로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문인들과 교류해왔다. 강 시인은 1962년 『자유문학』에 시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1963년 시 동인지 『현실』 과 드라마 동인 '네오 드라마'에 참여했다. 시집으로『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 『미로(迷路)에서』 『외포리의 갈매기』, 공동시화집 『꽃, 파도, 세월』 등이 있다.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인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마지막으로 올해 2월엔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창비)를출간했다.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를 기획한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씨는 발문에서강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지사적(志士的) 심성을 늘 간직하고 살아온
내 안의 저녁 풍경 노향림 배밭 너머 멀리 저녁 구름이 걸렸다 필라멘트 불빛처럼 역광이 구름 틈새로 새나오고 당신은 아직도 바다를 행해 앉아 있다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앉아 있는 당신에게 시간은 저녁을 가득하게 퍼 담고 있어 하얗게 지는 배꽃들이 당신의 발등과 무릎 어깨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진다 바다 위에서는 새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들이 이따금 모래톱을 물고 나는 사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일까 밤은 저만치 젖은 날개 터는 소리로 파도 위로 걸어오고 그렇게 당신은 오래도록 생각에 묻힌다 노향림의 저녁 풍경은 당신과 바다와 배꽃 지는 일몰의 쓸쓸하고 아득한 풍경이다. 당신은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아직도 바다를 행해 앉아 있다.‘아직도’라는 표현으로 보아 당신은 아까부터 아니면, 더 오래 전부터 바다를 향해 미동도 없이 앉아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모습이 그녀의 마음의 풍경이라는데 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그녀를 등 뒤에 두고 먼 바다를 보고 있는 당신이 있고, 정처없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바다를 행해 앉아 있는 당신의 발등과 무릎과 어깨와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지는 배꽃, 그
[용인신문]
[용인신문]지난 호 용인신문 1면에 <용인 사법서비스 사각지대 언제까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수원지방법원 용인지원 신설 여론이 확산중이라는 내용으로 본안 사건이나 인구 비율로만 보면 정말 무색한 ‘역 차별’임을 강조한 기사였다. 보도 직후 19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이 법안을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민기(용인을) 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김 의원은 “엄밀히 말하면 19대 국회 때는 소위까지 거의 통과됐었다”면서 “20대에는 수원고등법원이 생긴 후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도내용처럼 지방법원이 들어오면 검찰청까지 들어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용인시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보도내용처럼 용인시와 면적이 비슷한 서울시에는 지방법원이 몇 개나 된다. 따라서 수원지방법원이나 수원고등법원과의 거리를 이유로 규모가 작은 ‘용인지원’설치마저 반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서 보도처럼 현재 용인시 인구는 약 106만명으로 총 40개 지원의 평균 관할 인구인 50만 명의 2배가 넘는다. 또한 수원지법 본원의 사건 수와 인구비율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