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코로나19와 긴 장마에 태풍까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지난해 여름. 매일 수시로 오는 재난문자에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여러 번.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게 시달리고 보니 여름이 가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우리는 남편과 막내딸, 나까지 세 식구가 한집에 사는 직장인들이다. 아침 시간은 유난히 빨리 가고 전쟁이다. 귀밑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을 나이 칠십, 식구들 뒷바라지하며 직장생활 하기엔 기운이 모자라고 힘들다. 어느 날이었다. 출근하는 남편이 식탁 위에 마스크를 두고 갔다. 난 방방 뛰며 마스크를 가지고 뛰어가며 소리소리 질렀다. 백미러로 내가 보였는지 차가 멈췄다. 숨이 차 말을 못 하고 마스크를 흔들었다. 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차에 비상으로 두고 다닌다고 했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챙기는 것이 어이없어 나 역시 엷은 미소를 지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고 구입하기 어렵던 때 스무번 째로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산 적이 있다. 가족끼리도 마스크로 티격태격하고 호주머니 돈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스크가 금스크이던 시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고단하다. 내가 하는 일은 장애인
[용인신문]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지난 19일 회장 이·취임식을 진행하고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된 이·취임식은 9년간 월드비전을 이끈 양호승 회장의 이임과 에이즈 퇴치 운동의 리더로 활동해온 조명환 9대 신임회장의 취임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에 맞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소수의 사전 초청 인원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월드비전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날 박노훈 월드비전 이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양호승 이임 회장 공로패 수여와 이임사, 신임 조명환 회장 취임사, 월드비전 박상원 친선대사 축사, 보건복지부 양성일 제1차관 축사, 앤드류 몰리 월드비전 국제총재 격려사 순으로 진행됐다. 양호승 이임 회장은 “지난 1950년부터 시작된 월드비전의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9년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 도움을 준 임직원들과 후원자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며 ”새롭게 취임하는 조명환 회장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월드비전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조명환 신임 회장은 “후원을 받던 아이에서 세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한
인구 113만 울산광역시 vs 123만 수원시 ‘공무원 수’ 배 이상 차이 소도시와 획일적 ‘자치제 족쇄’ 대도시 행정난맥상 부작용 해소 [용인신문] 용인시 곳곳엔 ‘특례시’ 지정에 대한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지역별 리‧통장협의회를 비롯, 각급 민간조직에 이르기까지 참여단체 또한 다양하다. 얼핏 봐도 행정기관의 주문으로 일사불란하게 붙여졌음을 알 수 있다. 특례시 지정만 놓고 보면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특례시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느냐?”에 대해서는 홍보하지 않는다. 현재 구체적인 시행령도 법적 효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특례시에 대한 억측과 행정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일고 있다. 이에 용인신문은 민선 5기부터 지난 7년간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특례시’ 추진에 앞장서온 염태영 수원시장 인터뷰를 했다. 용인시 접경 지역인 수원시 행정구역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원시청 주변 어딜 봐도 용인시처럼 특례시 환영 플래카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염 시장 인터뷰를 통해 수원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광역시급 대도시(현 특례시) 지정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확인했다. # “특례시는 광역시와 일반시 중간
[용인신문]
[용인신문] 수원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수부(首府) 도시다. 이곳엔 경기도청을 비롯한 행정· 사법기관 등 주요 시설들이 집중돼 있다. 또한 3선 관록을 자랑하며 특례시 추진에 앞장서온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초 지자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된 여당 내 잠룡이기도 하다. 용인신문이 수원시장을 인터뷰한 이유다. 2년 전 기자는 수원시승격 70주년 기획전에 다녀왔다. 수원시는 1949년 8월 15일 시승격이 되었으니 용인시보다는 반세기인, 무려 47년이나 빨랐다. 그래서인지 용인시는 지명 유래와 역사는 길어도 수원시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한때 용인에서 수원으로 중고등학교를 유학 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양 도시는 지금까지 학연, 지연 등이 뒤엉켜 있다. 수원시는 시승격 1년도 안돼 한국전쟁이 일어나 수원의 상징인 수원화성 장안문과 창룡문 문루 등 많은 시설물이 훼손되었고, 도시가 황폐화 되었다. 이때 수원시민들은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수원을 만들기 위해 진력했다. 1967년 경기도청 이전과 함께 성장을 시작했고, 농업과학의 꾸준한 연구로 우리나라 쌀 자급자족에 크게 기여했다, 또 첨단산업 유
[용인신문] 지난 6일 밤부터 7일 새벽까지 한파특보 속에 내린 기습 폭설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6일 퇴근시간대에 집중된 폭설로 도로 곳곳에서 차량들이 극심한 교통체증이 벌어졌고, 사상 처음으로 용인경전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또 7일 오전에는 오전 영하 17도를 밑도는 한파로 인해 도로에 내린 눈이 얼어붙으며 역대급 출근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인시는 제설차 60대를 비롯해 장비 182대를 투입해 밤샘 제설작업을 진행했지만, 영하 17도의 한파로 녹은 눈이 다시 결빙되며 차량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7일까지 용인지역에는 처인구 11㎝, 기흥구 10.7㎝, 수지구 10㎝의 눈이 내렸으며, 이날 최저기온은 영하17도, 최고기온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용인신문] 나는 현재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병원 병동에서 정신장애인 환자들을 돌보는 병동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이 알 듯 정신과병원 병동은 환자들의 특성상 격리를 시켜놓는 폐쇄병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 환자들은 마음의 병으로 고통하고 신음하는 환자들이다. 폐쇄된 공간 그리고 규제된 생활 속에서 규칙을 지켜가며 자기 자신들의 마음대로는 생활이 안되는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심을 외면당한 채 생활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그들의 유일한 낙은 그저 보호자들이 면회를 와서 잠깐이나마 세상 밖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우한성에서 지금까지도 방한 중인 별로 반갑지 않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들 때문에 병동에 면회, 외출, 외박이 전면 금지되어 있는 상태에 있다. 환자들의 답답함은 극에 달해 있고 보호자들 또한 그냥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통해서 안부를 묻는 실정이 되었다. 얼마 전에도 몇몇 정신과 병원에서 환자들이 집단 확진 판정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병동 보호사의 의무는 비단 환자들의 안전만 책임지는 것에 국한되어지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진정한 보호사의 의무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마음의 병
[용인신문]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ESSD)’의 실현을 위하여 선진국․개도국 등 178개국과 68개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참석한 유엔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전지구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말은 1987년 유엔 총회에서 설립한 세계환경개발위원회(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일명 브룬트란트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라고도 하는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인 『인류 공통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미래의 세대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재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정의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최초로 제시했던 것을,
길 두르가 랄 쉬레스타/유정이 역 가다가 멈추고 내가 나에게 물어본다 우리 모두 어디로 가고 있나 분주하기만 한 발걸음 헐떡이는 숨 어디로 가고 있나 길은 목적지도 없는 맨 얼굴 미끈거리는 허벅지만 보여준다 산과 산 들과 들 사람과 사람 사이 길과 길이 잇대어진 얽힌 세상 어디에도 목적지 없는 목적지만 무더기무더기 놓여 있다 목적지 없는 목적지만 무더기무더기 놓여 있다 두르가 랄 쉬레스타는 네팔의 국민시인이다. 그의 시는 종교적이고 명상적이며 철학적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인 사회인식을 드러낸다. 그를 『누군가 말해 달라 이 생의 비밀을』이라는 번역 시집으로 한국에 소개한 역자가 유정이 시인이다. 번역이 유려해서 마치 유정이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길」은 수많은 시인들의 노래가 된 제목이다. 길을 인생의 행로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새롭지는 않다. 이 시가 새로운 것은 ‘목적지 없는 목적지만’이라는 그의 인식이다. 길은 언제나 시작이 있고 끝이 있게 마련이다. 길의 끝이 목적지가 된다. 그러나 그는 목적지 없는 목적지가 인생이라는 것이다. 길의 끝에 죽음이라는 목적지 아닌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그의 인식은 철학적이고 실
[용인신문] 공자가 아들 리를 득남하고는 생계를 위해 두 개의 일을 하는데 하급 관직인 승전乘田이라는 가축 관리와 위리委吏라는 창고 관리직이 그것이다. 약관 20세 때의 일이다. 워낙 공부를 좋아했고 격물치지했던 그인지라 육예六藝에 정통해 있었고, 그의 명성은 천하를 흔들어 밖으로 전해졌으며 그간의 공부에 애씀이 인정되어 태묘 출입이 자유롭게 된다(논어향당13. 팔일15). 30세에 아들 리와 함께 앞마당에 심은 은행나무가 제법 자라 행단강학杏壇講學을 시작하니 이때가 노나라 소공 26년, 기원전 517년 공자 나이 36세 때의 일이다. 소문을 들은 제나라 22대 군주 경공(재임 31년째 되는 해)은 우유부단 한데다가 아둔하기까지했지만 “불취하문의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공야장14). 바로 이점이 함량 미달임에도 군주로 58년이라는 세월 동안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자를 초빙하여 묻기를 간청한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의 답변은 간단하다. 君君/臣臣/父父/子子. 풀어쓰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가 종래의 해석이다. 그러나 고
[용인신문] 맹가돈소孟軻敦素라는 말이 있다. 맹가는 바름을 길렀다는 말인데 당나라 이한이 쓴 몽구에는 돈敦을 양養으로 쓰고 있다. 돈敦을 양養으로 쓴 이유는 아마도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과서이기에 돈敦자에 대한 설명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지 않아서 였으리라. 돈敦은 누릴향享과 회초리로 친다는 둥글월문攵으로 이루어진 형성자인데 학문적 해석이 아닌 향리의 주에 따르면 ‘누리려면享+회초리攵로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와 또 하나는 ‘백성을 치리할 때 때려서 다스린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때려서라도 가르칠 만한 위치에 있는 스승은 누구이며 맞아가면서도 따를 수 있는 지도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이 문구에 대한 천자문 85문장의 댓구가 그 답을 준다. 곧 사어병직史魚秉直이다. 이는 논어 위령공편이 출전으로 곧도다, 사어여.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더니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구나. 논어는 누구를 칭찬하는 일에서는 극히 이례적임에도 사어에 대해서 만큼은 후하다. 사어는 죽음으로까지 간했던 시간尸諫이다. 사어는 대부로 춘추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을 섬기면서 현자 거백옥遽伯玉을 추천했으나 임금은 왕王의 남자男子로 알려진 간신배 미소년美少年 미자하彌子瑕
[용인신문] “What is the cost of lies?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로 위험한 건 거짓을 계속 듣다 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완전히 잃는다는 거죠.” 영화 ‘체르노빌’ 에 나오는 첫 장면 대사다. 새해 벽두부터 무거운 화두를 꺼내 본다.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은 책임자의 어이없는 지시로 인한 사고였다. 하지만 소련 정부와 권력층은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결국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인류 최악의 인재로 기록됐다. 소련 붕괴의 원인을 체르노빌 사건 때문으로 보는 이가 있을 만큼 그 파장은 매우 컸다. 체르노빌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1~4호기까지 있다. 이 중 4호기 원자로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국토의 20%가 방사능에 오염됐고, 발전소에서 30km 이내는 거주 금지지구로 지정되어 인구 5만 명이 살던 프리퍄티는 죽음의 도시가 됐다. 사고 당시 소련이 발표한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3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2000여 명이었고, 500만 명이 피폭되었다. 그런데도 소련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