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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고통의 증명ㅣ이병국


고통의 증명

이 병 국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다른 곳의 다른 곳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갈라진

최초의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된

한 뼘의 세계

불가능한 정리를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거짓의 논리처럼

무너진 토대를 걷는 칼날처럼

(.....)

 

삶을 노출당한 이는

별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몸을 견디고 있다

 

증명할 수 없는 확률로 위로가 멀어진다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고스란히

오려진 한 뼘

 

나는 익숙하게 흐려진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

 

건널목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뒷모습이 전부인 다른 곳의

다른 곳

 

이병국의 첫시집이곳의 안녕은 낯선 시적질서로,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들의 개진으로 신선하다. 따뜻한 시어들과 섬세한 문장과 젊은 날의 아름다운 방황이 시편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친근하게 읽힌다. 고통의 증명은 연시로 읽어야 맛이 난다. 그의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곳에 놓여진 고통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익숙한 고통이다,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에 놓여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익숙하지만, 익숙하다고 고통이 작아지지 않아 다정하게 손 흔드는 뒷모습도 아픈 것이다. 사랑은 고통이 맞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