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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태 원장의 의학칼럼

성기의 크기와 생식력은 다르다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어느 해 여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키가 크고 체격도 좋은, 누가 봐도 또래 평균을 훌쩍 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방문 이유는 뜻밖이었다. “체격에 비해 성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혹시 무정자증이 아니냐, 남성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는 불안까지 따라붙었다.

 

진찰 소견상 의학적으로 우려할 만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고, 생식력과도 아무 관련이 없었다. 문제는 성기가 아니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주입된 오해와 비교였다. 어설픈 비교와 속설이 남학생을 진료실까지 데려온 셈이었다.

 

비뇨기과 의사로 진료를 하다 보면, 이 불안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고등학생도 묻고, 20대도 묻고, 아이를 이미 둔 40대 남성도 묻는다. 질문은 거의 같다.

 

“선생님, 코가 크면 성기도 큰가요?”

 

조금 분위기가 풀리면 이어진다.

 

“발이 크면요?”

 

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남성의 몸 앞에서는 여전히 속설이 이긴다. 결론은 분명하다. 코 크기와 성기 크기, 발 크기와 성기 크기 사이에는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 수십 년간 반복된 연구 결과는 한결같다. 없다.

 

그런데도 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남성에게 성기는 기관이 아니라 상징이기 때문이다. 남성성, 능력, 자신감, 심지어 생식력까지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연결한다.

 

성기가 크면 성능이 좋을 것 같고, 성능이 좋으면 아이도 잘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의학은 이 서사를 단호하게 부정한다. 성기의 크기와 생식력은 거의 관계가 없다. 임신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성기의 길이나 굵기가 아니라 정자의 수와 질이다. 정자 농도, 운동성, 형태, 그리고 실제 수정 능력. 임신은 외형이 아니라 기능의 문제다.

 

정자 수만 많아서도 충분하지 않다. 수천만 마리가 있어도 앞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난자에 도달하지 못한다. 방향 없이 빙빙 도는 정자는 숫자가 아니라 혼잡에 가깝다. 반대로 수가 아주 많지 않아도 운동성과 형태가 정상이라면 임신 가능성은 충분하다. 생식력은 단순한 개수가 아니라, 실제로 기능하는 정자의 문제다.

 

진료실에서는 이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체격도 좋고 외형적으로 “문제없어 보이는” 남성의 정액검사 결과가 기대 이하인 경우도 흔하다. 반대로 평생 자신감 없던 남성이 검사 수치를 확인하고 안도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생식력은 자신감과 무관하게, 냉정하게 측정된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성기능과 생식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발기가 잘 되고 사정이 원활하다고 해서 정자 상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일시적인 성기능 저하가 있다고 해서 생식력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두 영역은 겹치지만,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생식력은 생활습관에 더 민감하다. 흡연, 과음, 수면 부족, 비만, 만성 스트레스는 정자 수와 운동성을 확실히 떨어뜨린다. 고환은 열에 약한 장기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잦은 사우나, 노트북을 허벅지 위에 올려두는 습관은 모두 영향을 준다. 이 모든 요소는 성기의 크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생식력에는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다행히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성기 크기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불안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느낌이다. 비현실적인 포르노 이미지가 연출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일찍 인식하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비교의 기준은 ‘크기’에서 ‘기능’과 ‘건강’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