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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타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

안수연 (동화작가. 스토리텔링 연구자 및 강사)

용인신문  | 최근 숏타임(Short-form content) 즉, 짧은 시간 안에 간결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형식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인은 바쁘게 돌아가고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간편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었다. 틱톡으로부터 시작된 짧은 동영상 트렌드는 이제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지배하며,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사로잡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숏타임 콘텐츠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숏타임 콘텐츠의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하다.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콘텐츠는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유익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교육 콘텐츠가 짧은 클립으로 제공되면서 어려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학습의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러닝은 직장인들이 바쁜 일상 중에도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짧고 재미있는 영상은 사람들에게 단시간 내에 즐거움과 여유를 제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음악이나 광고 역시 짧은 시간 내에 감성을 자극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 브랜드의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가 되었다.

 

숏타임 콘텐츠는 소셜 미디어뿐 아니라,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의 웹드라마, 3분 드라마와 같은 형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방영된 한 웹드라마는 3분 안에 이야기를 압축해 전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문학과 출판 분야에서는 숏폼 소설과 웹소설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마케팅과 광고 업계에서는 짧고 강렬한 숏폼 광고와 바이럴 마케팅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에서도 마이크로러닝과 짧은 온라인 강의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음악과 디지털 게임 역시 짧고 강렬한 경험을 통해 수용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숏타임 콘텐츠가 가진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한다. 짧고 간결한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점차 긴 호흡의 콘텐츠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깊이 있는 사고나 분석이 필요한 주제는 외면받고, 피상적인 정보가 빠르게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영상은 주로 자극적이거나 감각적인 소재를 다루기 쉽고,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정보나 분석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중요한 사회적 이슈나 복잡한 문제들이 피상적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짧고 강렬한 바이럴 마케팅은 때로 정보의 왜곡을 초래하고, 소비주의적 태도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소비자는 짧은 시간 안에 인지되는 정보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가 과장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신뢰성의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더불어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이나 폭력적인 영상이 확산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제는 숏타임 콘텐츠의 확산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이다. 짧고 간편한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과연 장기적으로 무엇을 잃고 있는가? 숏타임 콘텐츠의 시대에 깊이 있는 이해와 사고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볼 때다. 앞으로의 콘텐츠 소비 문화가 일상에서 보다 균형 잡힌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긴 호흡의 콘텐츠와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