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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의회 주민청원 1호 PM조례 ‘외줄타기’

녹색어머니회, 시민 9000명 ‘서명’… 이교우 의원과 ‘평행선’
후반기 의장단 선거 후유증 등 ‘정치적 갈등’이 원인 지적

용인신문 | 용인시의회 사상 첫 주민청원 조례가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올랐다. 용인지역 내 유권자 9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 요건을 갖춰 시의회에 제출됐지만, 한발 앞서 이교우 시의원이 같은 내용의 조례를 발의 한 것.

 

시의회 내에서는 ‘주민청원 1호 조례’라는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해당 조례안이 상정되는 임시회 개회를 사흘 앞둔 지난 11일 현재까지는 명확한 합의점이 도출되진 않은 상태다.

 

이 의원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조례라 양보가 어렵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후유증 등 정치적인 속내가 복합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현 유진선 의장에 대한 반감이 녹아있는 상태라는 평가다.

 

시의회에 따르면 ‘용인서부 녹색어머니회’ 손민영 회장 외 18명은 지난달 30일 ‘용인시 개인형이동장치 이용 및 안전 증진 조례’ 동의 서명부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조례안은 PM 이용에 따른 사업자 및 이용자 준수사항, 무단주정차에 대한 안전교육, 전용주차구역 설치, 과태료 등의 부과 등이 주요 골자다.

 

용인시의회 첫 주민 청원 조례로, 총 8987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주민청원 조례는 지난 2월 ‘주민조례 청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동안 주민들의 조례 청구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청구하는 간접 방식을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법률이 제정되면서 유권자의 1/150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 직접 청구가 가능하고, 해당 조례안은 용인시의회 1호 주민 청구조례로 이름을 올렸다.

 

△ 시의원‧주민, 모두 청원 절차 ‘무지’

문제는 주민 조례와 별개로 이 의원이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제287회 임시회에 ‘용인시 개인형이동장치(PM) 이용 안전 증진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발생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조례 역시 주민들이 청구한 조례와 같은 내용이다.

 

시의회에 따르면 의원발의 조례의 경우 7명 이상의 동료 시의원 동의가 있으면 즉시 발의 및 상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민발의 조례의 경우 청구인 적격 여부 및 서명부 확인 작업 등을 거쳐야 한다.

 

시의회가 용인지역 내 34개 읍‧면‧동에 해당 지역에서 서명한 사람들의 명부를 발송하고, 이를 확인하는 작업 등이 이어져야 하는 것. 이 같은 행정절차에 최소 2~3개월은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즉, 이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어렵게 청구요건을 갖춘 주민 조례는 그대로 폐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시의원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조례안 제정을 준비했다. 주민 조례의 무게감을 인식한 시의원들이 이 의원 설득에 나섰지만, 이 의원으로부터 돌아온 답이다.

 

이 의원은 설득에 나선 동료 의원들에게 “당초 지난 9월 임시회에 조례안을 상정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요구로 다음 회기로 미뤘다”고 밝혔다.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서명운동 등을 전달받은 후, 1개월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것. 녹색어머니회 측도 이 의원과 이 같은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행 주민 조례 청구 절차상 1개월은 불가능한 시간이라는 점은 양측 모두 몰랐다고 밝혔다.

 

△ 시의원들, 연이은 사고 … 최악 평가 ‘피해야’

같은 조례를 추진하던 이 의원과 주민들 간 갈등은 오해가 겹치며 점점 커졌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이 지역 국회의원 등을 찾아가 주민 조례 의미를 호소한 것을 두고, 이 의원은 압력으로 받아들인 것.

 

특히 시의회 의장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한 유 의장의 ‘직권 상정’ 발언이 감정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는 전언이다.

 

한 시의원은 “후반기 의장단 선거로 인한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대 진영에 있던 유 의장과 이 의원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이는 자칫 시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계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주류 반입 논란과 시민단체 반대에도 추진 중인 시의회 증축, 후반기 의장단 선거 명품 로비 수사 등에 이어 시민 9000여 명이 동의한 조례 청원까지 무산될 경우 9대 시의회에 대한 평가는 역대 최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의장단 선거 후 이렇다 할 분위기 수습 움직임이 없던 것과 주민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한 의장의 발언은 잘못한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의회에서 주민청원을 거부했다는 오명을 받지는 말자는 것이 다수 시의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조례안 심의를 진행해야 하는 도시건설위원회는 14일 본회의 이후 주민 청원 조례를 제출한 동·서부 녹색어머니회 등 주민들과 이 의원을 비롯한 조례 공동발의 시의원들 간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김윤선 위원장은 “주민들과 서로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용인시의회 제1호 주민청원 조례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과 시의회 본회의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