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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시론]
‘블랙코미디 정치’ 쓴웃음… 민생 희소식에 웃고 싶다

박소현(방송작가)

 

[용인신문] “청소 미화원들은 웃으면 안 되나요, 웃는다고 그들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한 모퉁이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 변기가 옆에 있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의 복지 문제를 얘기하던 참이었다. 모임 중의 한 사람이 점심시간에 청소 미화원들이 웃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그들이 힘들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되돌아온 대답이었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시조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웃음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삶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때, 말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웃음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웃는다고 정말 괜찮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의도 국회 앞에는 크고 작은 시위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날도 커피 한잔을 들고 시위 현장을 지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휠체어에 몸을 맡긴 장애인들이 인권 보장을 외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커피 한 잔의 여유가 불편해졌고 함께 할 수 없는 미안함으로 그 현장을 빨리 떠났다. 장애인 한 분과 눈이 마주치자 나 역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웃음에는 어색함도 미안함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몇 년 전 모 대학에서 미화원들에게 회의 참여시 정장을 요구하고, 필기시험 점수로 근무 평가를 하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인권을 침해하는 복지 환경에 대한 언론의 민감한 보도로 결국 대학 관계자는 사과했고,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를 향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점심시간은 휴식 공간이라고 주어진 그 좁고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휴식이었을까.

 

점심을 먹은 후 커피믹스 한잔을 나누는 그 짧은 시간의 웃음으로 그들의 고단한 하루를 괜찮다고 판단해도 되는 것일까.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세상은 자꾸만 쉽게 잊어버린다.

 

사람의 인격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고 청소 미화원의 노동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부와 권력을 가지는 사회라면 참 위험하다. 그 인격이 대물림되어 학교 안에서도 약자를 괴롭히며 누군가의 삶을 파괴한다. 교사도 약자가 되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에 선생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시대이다. 약자를 위해 지켜져야 할 인권이 위험한 강자들에 의해 변질된 인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올 정도로 하루 사이에도 물가가 무섭게 오른다. 경제적 한파로 의식주가 위태로워지는 시대에 약자를 위한 인권은 제도 뒤편으로 밀려나기 쉽다. 그래서 무엇을 줄여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은 복지는커녕 일자리가 사라지는 위기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묵묵히 감당해야 하고, 무엇을 더 요구하다가 가진 것마저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침묵을 선택하게 만든다. 생존을 위협받는 경제적 위기 속에서 약자들의 인권은 점점 설 자리가 없다.

 

뉴스에 비치는 정치는 더 이상 민생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서로를 향해 비난하며 소리 지르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누구를 위한 아우성인지 잘 모르겠다. 설마 국민을 위한 외침일까. 기대해보지만 이내 실망하게 된다.

몇 년 전 한창 인기 있었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그 당시 아쉬운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코미디를 보고 웃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지쳐있다.

 

지금 우리가 웃으며 보고 싶은 것은 코미디 프로가 아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고 싶다. 그리고 경제와 민생이 살아났다는 뉴스를 보며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