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lms
유혜빈
나 걷는 걸음이 마르지 않는 것은
내가 당신의 수없이 많은 빛깔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예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그 눈물 모아 당신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세요
유혜빈은 2020년 창비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Psalms」이라는 시제는 성서쯤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시에서 당신이라고 호명한 것은 절대자를 호칭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럴 때 나는 당신의 수없이 많은 빛깔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절대자 앞에서 나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나의 눈물을 모아 당신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시라고 신탁할 수 있는 것이다.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