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토끼와 거북이 우화는 상식대로라면 토끼가 이겨야 마땅하지만, 토끼는 달리다 쉬었고 거북이는 묵묵히 걸었다. 결국 결승선에 먼저 닿은 쪽은 거북이였다. 이 우화는 이상하게도 오늘날 요동치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맨얼굴과 닮아 있다. 나는 태어난 용인의 시골집에서 60년째 살고 있다. 선대에게 물려받은 터전에서 아주 잠시, 그것도 용인 땅 안에서만 맴돌았을 뿐이니 평생을 산 셈이다. 부동산 뉴스에도 워낙 둔감한 편이라, 남들 다 넣어본다는 아파트 청약 신청조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무능의 핑계일 수도 있지만, 내게 집이란 재테크 상품이 아니라 삶의 뿌리가 살아 있는 안식처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때 세상은 날쌘 ‘토끼’들의 몫이었다. 3억 원짜리 아파트를 팔아 5억 원짜리로 옮겨 타고, 다시 대출을 보태 8억 원짜리로 갈아타며 한몫을 챙기는 이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주변에서는 ‘재테크의 달인’이라 치켜세웠다. 반면 나처럼 한동네 낡은 시골집에서 수십 년을 뭉개고 앉아 있는 사람은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그 시골집에서 아직도 살아?”라거나 “청약도 안 넣고 뭐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회를 발로 차
용인신문 | 기록적인 폭염경보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8월 한여름, 이른 새벽 경안천변을 거닐 때마다 나무와 화초를 심고 물길을 고르던 처인구 호동(운학동 일원) 길업습지의 분주한 풍경을 마주하곤 했다. 10억여 원의 혈세가 투입된 ‘반딧불이 서식처 조성 사업’이 완공을 눈앞에 둔 지금, 용인신문 1면의 <로컬포커스> 기사는 단순히 반딧불이 서식처 완공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적합성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쟁 이야기다. 하수처리 재이용수의 한계, 겨울철 단수 우려, 불법 차박으로 인한 빛공해까지. 취재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지적들은 날카로웠지만, 언론인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뭉클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언제 작은 곤충 한 마리의 안위를 두고 이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소리를 높여본 적이 있었던가. 온통 아파트 분양과 도로 개설, 반도체 배후단지 개발과 땅값 상승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용인시. 그런 도시에서 오직 ‘1급수 청정 지표종인 반딧불이 유충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놓고 공론의 장이 열렸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 흙을 일궈온 주민 양승엽 씨가 “소
용인신문 | 용인 수지구 일대는 지난 30여 년간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특히 수지 1·2지구 개발 초기엔 끝없는 임야와 논밭이 이어지던 전형적인 서울 근교의 농촌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신분당선 동천역 개통과 더불어 판교·분당·광교를 잇는 수도권 남부의 핵심 자족형 도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러나 이 역동적인 도시화의 중심부인 28만 7700여㎡ 규모의 ‘동천 유통업무단지’만은 여전히 1990년 상공부 고시 시절에 멈춰 서 있다. 전체 18개 필지 중 상당수가 나대지로 방치되어 토지이용 효율이 극도로 저하되었고, 노후 물류창고를 드나드는 대형 화물차량은 인접 주거지역의 정주 환경과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과거 외곽 물류 거점으로 계획되었던 부지가 도시 성장의 축 한가운데 놓이면서, 기능적 수명을 다한 채 도시의 단절과 쇠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난 속에서 신규 택지 확보를 둘러싼 정책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수도권 외곽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 논란까지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광역 교통망과 기반시설이 완비된 도심 내 대규모 유휴부지를 방치하는 것은 도시계획적 관점에서도 심각한 자원 낭비다. 또한
용인신문 | 지난 8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신임 대표가 54.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청래 후보는 45.92%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김 대표의 승리가 명확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45.92%의 ‘비(非)김민석’ 표심을 읽어내는 것이 향후 정국 운영의 핵심이다. 승패는 갈렸으나 당심은 여전히 복합적인 요구를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구도로 해석할 수 없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이 지도부에 진입한 것은, 당원들이 김 대표에게 당권을 위임하면서도 동시에 견제와 균형을 통한 ‘공존의 지도부’를 주문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정청래 후보에게 향한 45.92%는 단순한 반대 표라기보다, 민주당의 선명성 회복과 핵심 지지층의 목소리 반영이라는 절박한 요구로 해석해야 한다. 현시점 김민석 대표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동력과 민심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집권 이후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동산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민생 불안은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거 안정에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했고,
용인신문 | 정부가 발표한 2026년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파장이 거세다.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과세 기준을 전환해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것이 이번 개편의 뼈대다. 하지만 이 명분 뒤에 숨은 진짜 피해자는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집주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금 폭탄의 부작용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 직격탄으로 맞을 이들은 바로 집이 없는 서민과 무주택 임차인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세제 개편은 단순한 세금 조정을 넘어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시한폭탄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보유 공제가 폐지되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불이익이 강화되면 세금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세 공급이 줄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 임차인들은 월세 시장으로 몰릴 것이고, 늘어난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집주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주거 양극화와 전월세
용인신문 | “AI가 나보다 똑똑한데 왜 공부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던질 질문일 것이다. AI는 인간보다 빨리 계산하고 방대한 양을 기억하며, 순식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시험을 풀고 논문을 요약하며 프로그램도 만든다. 내가 몇 시간을 공부해야 겨우 아는 것을 AI는 단 몇 초 만에 내놓으니, 책상 앞의 아이가 억울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공부는 정말 필요가 없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반대다. AI 시대에는 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과거의 공부가 정답을 외우는 일이었다면, 앞으로의 공부는 어떤 답을 믿을지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가 늘 옳지는 않다. 틀린 정보도 자신 있게 말하고, 편향된 자료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아는 것이 없으면 AI의 말을 그대로 믿지만, 공부한 사람은 '정말 그런가, 근거는 무엇인가' 하고 한 번 더 묻는다. 공부는 AI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AI에게 속지 않기 위한 힘이다. 좋은 질문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아는 것이 있어야 무엇이 이상한지 보이고, 많이 읽어야 빠진 부분을 알 수 있다. 떨어지는 사과에 "왜"를 묻던 뉴턴, 백성이 글 모름을 불편히 여긴 세종대
용인신문 | 수도권 남부의 교통 허브이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 중인 용인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 강화 고시 개정안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용인시 대기 환경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결정적 신호탄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자율에 맡겼던 중·대형 상용차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매출액의 1% 범위 내에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15톤 이상 대형 화물차와 트랙터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15톤 미만 중형 화물차와 덤프트럭까지 규제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된다. 감축 목표 또한 2030년까지 30%로 대폭 상향됐다.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1g당 최대 220만 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되는 만큼, 자동차 업계와 물류 현장의 대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할 곳이 바로 용인시다. 올해 4월 말 기준 용인시에 등록된 화물차량은 무려 4만 8014대에 달한다.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춘 지리적 특성상 용인은 하루에도 수만 대의 대형 물류
용인신문 | 어둠이 짙게 깔린 처인구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은 불야성을 이루며 용인의 역동적인 내일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적한 농촌이었던 이 도시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문명의 심장부로 상전벽해의 전환을 맞고 있다. 1000조 원 규모의 거대한 투자가 쏟아지는 ‘첨단의 빛’은 용인 시민 모두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역사적 쾌거다. 하지만 거대한 공장의 굴뚝과 화려한 스카이라인만으로 위대한 명품 도시가 완성될 수 있을까. 도시의 진정한 품격은 눈에 보이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그 땅에 깊숙이 뿌리내린 역사와 사람의 향기, 즉 문화예술의 결에서 우러나온다.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며 용인이 품고 있는 웅장한 인문학적 정체성을 너무나 오래 잊고 지냈다. 그저 놀이공원이나 관광지로만 소비하기엔 아까운 도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용인을 한국 문학사를 수놓은 거성들이 영면한 거대한 ‘정신의 도서관’이라고 불러왔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鎮川 死居龍仁)’이란 옛말은 단순히 풍수지리적 명당을 넘어, 영원한 안식을 내어주는 용인 대지의 포용력을 뜻한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현대소설의 거목 박완서, 근대문학의
용인신문 | 한때 영화관은 사랑을 배우는 곳이었다. 1980~90년대 스크린에는 늘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 멜로물은 물론 액션 영화조차 사랑이 빠지면 성립되지 않았다. 첫사랑을 꿈꾸게 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동경하게 했으며, 사랑 하나로 세상을 견디는 힘이 영화 속에 있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로망은 세속적인 성공보다 사랑이었다. 하지만 지금 스크린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와 드라마를 떠올려 보라. 마약, 도박, 사기, 조직 폭력, 복수…. 그 중심에는 예외 없이 살인이 있다.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시체 훼손 같은 잔혹범죄가 흥행 공식처럼 반복된다. 재미와 몰입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끔찍함에 대한 ‘익숙함’이다. 처음엔 눈을 돌렸던 장면이 두 번째엔 덜 충격적이고, 다섯 번째엔 아무 감정 없이 지나간다. 반복되는 자극에 적응하는 심리학적 ‘둔감화’ 현상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사람의 죽음을 비극이 아닌 오락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 사회는 상상조차 어렵던 흉악범죄를 잇달아 겪었다. 도심 흉기 난동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남겼고, 안전지대라 믿
용인신문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졌다. 답답했고, 실망스러웠고, 화가 나는 경기였다. 누구도 이번 경기력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감독의 전술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결과도 모두 아쉬웠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인터넷이었다. 포털과 SNS, 유튜브를 가득 메운 댓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과 감독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역대 최악이다", "32강에 가도 창피하다", "감독은 당장 나가라",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 비판을 넘어 조롱과 인신공격이 넘쳐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구보다 패배가 괴로웠을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 한두 번 설 수 있을까 말까 한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스스로를 가장 크게 자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경기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수십만 개의 비난이 쏟아진다면 과연 다음 경기에서 자신 있게 뛰어다닐 수 있을까. 사람은 격려를 받을 때 자신감을 얻지만, 끊임없이 부정당하
용인신문 |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났다. 국내 산업계는 그가 호평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역할에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볼 때다. 우리는 과거 하드웨어 제조 강국이었음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생태계의 주도권을 번번이 후발주자로 내주었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AI 시대에 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 공급망을 쥐는 것과 생태계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의 강자가 스마트폰 시대의 패권을 자동으로 보장받지 못했듯, 반도체 제조 역량이 AI 시대의 승리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젠슨 황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인 ‘피지컬 AI’, 즉 로보틱스로 향해 있다. AI가 화면을 벗어나 자동차, 공장, 물류 등 물리적 세계와 직접 결합하는 시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AI 플랫폼과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할 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 AI 시대의 삽과 곡괭이는 만들고 있지만, 정작 금광의 주인은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결국 그 해답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할 곳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바로 이곳
용인신문 | 군 개혁은 언제나 매력적인 구호다. 낡은 것을 바꾸고 비효율을 제거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 앞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쉽게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몰리곤 한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모든 변화가 발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 조직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통합 논의 역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합동성 강화를 내세운다. 현대전은 더 이상 육군만의 전쟁도, 해군만의 전쟁도, 공군만의 전쟁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한 다영역 전장이 등장한 오늘날, 군종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합동성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합동성은 서로 다른 조직이 전문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력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통합은 서로 다른 조직을 하나의 틀 안으로 묶는 것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협력과 획일화는 같은 단어가 아니다. 육군은 땅에서 싸우는 법을 배운다. 해군은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 공군은 하늘을 지배하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