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도시는 커지는데… 정치는 우리 삶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아침 출근길, 처인구 양지면의 한 골목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주민과 나눈 대화다. 그날 하루 종일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도시가 커지는 속도와 시민의 마음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짚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용인은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첨단 산업과 물류, 반도체 클러스터, 광역 교통망이 연이어 들어서며 용인의 변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그러나 개발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민들의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있다. 개발의 현장은 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상생을 위한다는 논의는 치열하지만 답은 여전히 멀다.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에게 불안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는 조정의 중심에 서는 일이다. 그러나 용인의 지역 정치는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도 시민의 일상과 동떨어진 채 머뭇거리고 있다. 그 사이 시민들의 삶에는 오해와 불안만 더해지고, 정책과 행정 사이의 빈틈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지방의원은 무엇으로 평가받아야 하는가.” 지방의원은 행정을 지휘하는 자리가 아니다. 민생의 현장에서 힘이
용인신문 |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 중인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와 이동·남사읍에 들어설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미래세대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지금 이 두 곳에선 세계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 원을 투자해 팹(Fab) 6기를 건설할 계획이며, SK하이닉스는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에 당초 122조 원으로 계획한 투자 규모를 600조 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선 지난 2월 24일 첫 번째 팹을 착공했다. 터를 닦는 토목공사에 이어 제1기 팹(Fab) 건설에 들어가 수십개의 타워크레인 등이 보일 정도로 대규모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용인특례시는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건축허가TF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팹 건축허가를 신속히 마쳤고, 정부와 협력해 통상 4년 6개월 걸리는 이동·남사읍의 국가산단계획 승인을 1년 9개월 만에 완료했다. 2024년 이후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관련 기숙사나 야적장 부지조성 등 주변
용인신문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숫자 ‘1’이 시작, ‘2’가 대립을 상징한다고 보았던 반면, ‘3’은 대립을 조화롭게 완성하는 완벽하고 완전한 수로 여겼다. 헤겔의 변증법에서도 ‘3’은 정반합을 통해 새로운 완전함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하고, 기독교의 삼위일체나 불교의 삼보, 유교의 천지인 사상 등 종교의 영역에서도 ‘3’이라는 숫자는 조화와 균형의 원리를 설명하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상학에서 ‘3’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예보관들을 어렵게 하는 숫자이다. 기상청에서는 지난해부터 겨울철 강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순히 ‘눈이 얼마나 쌓일 정도로 온다’는 수준을 넘어 눈의 양과 무게, 건설인지 습설인지 등을 고려한 상세강설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세 가지 과학적 불확실성을 넘어서야 한다. 첫 번째는, 강수현상 자체가 발생할지 그 여부를 예측하는 일이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실제로 눈이나 비로 내릴지, 아니면 구름 속에 떠 있을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기의 미세물리과정을 모두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대기의 안정도가 높고 절대
용인신문 | 임신 중 입덧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의학적으로 오히려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임신 6~12주는 태아의 장기가 만들어지는 가장 민감한 시기다. 이때 아주 작은 양의 독성 물질이나 세균도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기에, 엄마 몸은 후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기름기나 비린내를 견디지 못하게 하며, 위험할 수 있는 음식은 아예 넘기지 못하게 만든다. 입덧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은 hCG와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에 의한 것이지만, 사실은 태아를 위한 인체의 방어시스템인 것이다. 그래서 임신부에게 나타나는 ‘못 먹는 증상’은 몸이 약해진 신호가 아니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매우 정교한 생리 반응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부는 태아를 위해 잘 먹어야 한다. 이는 ‘맛의 태교’와 묘하게 이어진다. 태아는 엄마가 먹는 모든 음식의 흔적을 양수를 통해 경험한다. 양수는 태아가 하루에도 수십 번 삼키는 액체다. 엄마가 먹는 음식의 향이 양수 속에 배어들고, 태아는 그 향이 섞인 미묘한 맛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태아는 단순히 성장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자궁 속에서 ‘첫 번째 미각 기억’을 시작하고 있다.
용인신문 | 드라마에서라도 부부싸움 장면은 보지 말자. 특히 남편의 윽박지름이나 폭언과 폭행은 더더욱 그러하다. 드라마니까 연출이니까 쉽게 넘길 수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임신부의 감정은 바람 부는 날의 바다 같다. 호르몬의 파도가 출렁이는 가운데, 남편의 스트레스가 덧씌워지면 순식간에 폭풍이 된다. 임신 중에는 남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너무 예민해졌어”라는 말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래서 많은 부부가 “임신 중 가장 많이 싸웠다”고 회상한다. 문제는 그 감정의 파장이 배 속까지 닿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편의 행동과 말이. 의학적으로 임신부의 뇌는 배우자의 감정에 평소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감 회로가 확장되면서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 목소리의 떨림까지 즉각적으로 감지한다. 부부의 뇌가 일종의 ‘공용 주파수’로 연결되는 셈이다. 남편이 불안하면 산모의 자율신경계도 긴장하고, 남편이 지쳐 있으면 산모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가 함께 높아진다. 하버드대 연구는 부부 갈등이 잦은 가정의 태아가 심박동 변동성이 낮게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이는 스트레스 적응력, 즉 아이의 회
용인신문 | 사이버스페이스는 정보 교류의 공간을 너머 인간의 사고와 감정이 데이터로 변환되어 흐르는 거대한 인지의 네트워크이며, 인간의 의식이 기술과 맞닿는 새로운 문화적 생태계다. 이곳에서 인간의 선택, 관심, 관계는 모두 기록되고 계산된다. 그 중심에 자리한 존재가 바로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결과를 제시하는 계산의 도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인간의 욕망을 설계하고 사고의 방향을 유도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되었다. 검색 결과, SNS 피드, 쇼핑 추천, 심지어 정치적 뉴스까지. 우리는 알고리즘이 짜놓은 질서 속에서 정보를 소비한다. 겉으로는 자유롭게 선택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선택의 조건이 조정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알고리즘적 사유(algorithmic thinking)’는 인간적 사고의 자율성을 위협한다. 정보의 편향된 배열은 세계를 해석하는 관점을 제한하고, 반복되는 피드의 구조는 ‘생각의 루프’를 만든다. 우리가 ‘관심 있다’고 느끼는 대상은 사실, 우리가 클릭할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일 뿐이다. 즉,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옳다고 여길지를 점차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 이
용인신문 | 최근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매 시장의 과열 양상이 심각하다. 이는 정책의 허점이 낳은 명백한 부작용이다. 특히 서울 전역과 함께 3중 규제 지역으로 묶인 용인시 수지구를 비롯한 경기 남부권 핵심 지역의 아파트 경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상은, 강력한 규제가 또다시 새로운 투기 통로를 열어주었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100%를 돌파한 데 이어, 용인 수지구와 성남 분당구 등 규제지역의 10월 평균 낙찰가율은 97.9%로 경기도 전체 평균(87.3%)을 10%포인트 이상 상회했다. 성남 분당구, 하남시 등은 이미 100%를 넘어섰으며, 용인 수지구 또한 이들과 함께 핵심 투자처로 분류되며 낙찰가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열 현상의 근본 원인은 정부 정책의 ‘경매 예외 조항’ 때문이다. 10·15 대책으로 일반 매매는 토지거래허가와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어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었다. 그러나 경매로 낙찰받는 주택은 지자체의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며, 2년 실거주 의무도 없다. 주택담보대출만 받지 않
용인신문 | 임신 중 감정의 파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괜히 울컥하고, 이유 없이 화가 나고, 또 그 뒤에 ‘내가 왜 이럴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뇌의 생리적 반응이다. 임신 초기의 뇌는 말 그대로 호르몬의 폭풍 속에 놓여 있다. 임신이 시작되면 여성의 몸에서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동시에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흔들리며, 뇌의 감정조절 회로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진다. 그 결과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웃다가도 울고, 한마디 말에 상처받는다.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신경화학적 반응이다. 임신 중 감정 기복을 ‘의지력의 부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본인 스스로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내가 나를 못 다스리나” 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찰해야 할 대상이다. 뇌는 지금 새로운 생명을 품기 위해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 중이니까 말이다. 감정의 경보장치격인 편도체는 더욱 민감해지고, 전두엽의 판단 기능은 잠시 휴식 모드로 들어간다. 다시 말해, 몸이 새 생명을 만들기 위해
용인신문 |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임신부들이 많다. 배가 불러 체위가 불편하고, 자주 소변이 마려워 깨기도 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불면이 단지 ‘피곤함’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모의 수면 리듬은 단순한 휴식의 문제가 아니라, 아기가 세상을 배워가는 첫 시간표이기 때문이다. 임신 20주가 넘으면 태아의 뇌파에서도 수면과 각성이 교차하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임신 후반기에는 렘(REM) 수면과 비렘(NREM) 수면이 번갈아 나타나며, 놀랍게도 그 리듬은 엄마의 생활과 거의 발을 맞춘다. 낮에 엄마가 움직이면 태아의 심장도 조금 더 빠르게 뛰고, 엄마가 누워 쉬면 아기의 움직임도 잦아든다. 자궁 속에서도 이미 ‘낮과 밤’을 배우는 셈이다. 수면 중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엄마의 몸을 넘어 태반을 통과한다. 밤이 되면 이 호르몬이 늘어나고, 낮에는 줄어드는 단순한 변화가 태아에게는 세상의 규칙으로 새겨진다. 반대로 밤늦게까지 깨어 스마트폰을 보거나, 불을 켠 채 생활하면 이 리듬은 흐트러진다. 엄마의 불면이 아기에게는 세상이 뒤집힌 신호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임신 중 수면의 질이 낮았던 산모의 아이가 태어난 뒤 밤낮이
용인신문 |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해 내려왔다. “낙천적인 여성이 임신도 잘하고, 순풍순풍 아이도 잘 낳는다.” 미신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들여다보면 허투루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스트레스에 덜 휘둘리고, 고비가 닥쳐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마음의 완충 장치가 단단하여 작은 자극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셈이다. 오늘날 연구는 이러한 태도가 실제로 임신과 출산의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신은 생명의 신비를 품은 특별한 시기이지만, 동시에 여성에게는 중대한 도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몸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호르몬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임신부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동반자다.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단순히 엄마의 기분에 머물지 않고,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까지 직접적인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엄마가 편해야 아기도 편하다.” 임신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은 이제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로 뒷받침된다. 엄마의 정서적 안정이 곧 태아의 몸과 마음을 형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용인신문 | 사이버스페이스 시대, 우리는 어느 때보다 빠르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일상 곳곳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는다. 휴대폰 하나로 은행 업무와 쇼핑, 학습과 소통까지 해결되는 오늘날, ‘편리함’은 더 이상 희소한 가치가 아니라 생활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디지털 문명의 최전선에서 ‘낡은 것의 귀환’이라 불리는 뉴트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뉴트로(Newtro)는 단순한 복고(Retro)와는 다르다. 복고가 과거의 양식과 감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뉴트로는 옛것을 현재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변용한다. 예컨대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블루투스 스피커, 도트 그래픽을 차용한 최신 모바일 게임,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영감을 받은 필터 앱은 모두 뉴트로의 산물이다. 과거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추억의 매개체가 되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이국적인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뉴트로 열풍은 무엇보다 인간의 감각적 갈망을 드러낸다. 디지털 기술은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그만큼 차갑고 무균질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아날로그적 경
용인신문 |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만든 극우 성향의 민간 역사교육 단체다. 이 단체는 제주 4·3과 여순 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군경의 민간인 학살을 ‘방사선 치료’에 빗대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서술이 들어간 아동용 도서를 공공기관에 추천해 비치하게끔 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해 왔다. 리박스쿨이 논란이 되자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들의 추천 도서가 “역사 왜곡이 있다”는 공식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책이 아무런 제동 없이 어린이 손에 전달된다면, 그 영향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세대 전체의 역사 인식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용인시 공공도서관에도 현재 리박스쿨 관련 도서가 22권 비치돼 있다. 적은 수로 보여도, 인접 도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다. 광주·전남·제주 등 여러 지역이 이미 폐기나 열람 제한을 결정했고, 안양과 파주에서도 시 차원의 조치가 이어졌다. 반면 용인시는 별다른 대응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 논쟁을 넘어, 리박스쿨 도서 유지 여부는 사실 검증과 공적 책임의 영역이다. 아이들이 공공도서관을 신뢰하고 배우는 내용이 허위라면, 공공기관이 직접 거짓을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