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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야기 4 - 개구리 왕자(또는 충직한 헨리)

<개구리 왕자> 비네테 슈뢰더 그림, 그림형제 글 시공사

<삐노끼오의 모험>과 <아기돼지 삼형제>를 통해 우리는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섣불리 축약본으로 된 세계명작을 아이들에게 읽힘으로써 원작의 가치와 깊이를 느낄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취학전후의 아이들이 즐길만한 명작으로 길이가 짧으면서도 원래의 이야기를 잘 담은 ‘그림형제의 옛이야기 모음’을 권했다.
옛이야기는 그냥 ‘이야기’로 들어야 제 맛이고 아이들의 상상력도 훨씬 자랄 수 있겠지만, 슈뢰더가 그린 <개구리 왕자>는 이야기도 완역 그대로지만 그림만으로도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림책이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소망이 다 이뤄지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개구리왕자>와 크게 다르진 않다. 우선 그림이 정말 환상적인 이 책에서는 나무나 바위에 얼굴모습을 그려서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금공을 빠뜨렸을 때와 개구리가 왕궁에 찾아왔을 때, 공주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침실에까지 따라왔을 때의 공주의 표정변화를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특? 표정변화나 장면변화가 눈에 보이게 그림도 한 페이지에 서너장의 그림을 동시에 그려 마치 동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축약본에선 안 나오는 부분이지만 나중에 개구리왕자의 마법이 풀렸을 때 찾아 온 ‘충직한 헨리’가 데려 온 ‘말 여덟 마리와 마차’도 그림자로 그림을 대신했는데, 이런 그림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고 매력적이다. 그림만 감상해도 역시 멋진 작품이다.
이야기로 본다면, 막내공주에 대해 ‘세상의 온갖 것들을 보아온 해님마저도 그녀를 비출 때면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처럼 태양의 느낌을 직접 설명해서 참 동화적이다. 개구리가 왕실로 찾아 왔을 때, 약속을 지키라는 개구리의 요청에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개구리를 받아들이라는 아버지의 명령부분도 집요하고 자세하다. 개구리를 어쩔 수 없이 침실에 데려오면서 느끼는 공주의 감정도 잘 표현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본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개구리왕자의 ‘충직한 헨리’의 등장. 헨리는 개구리왕자가 마법에 걸렸을 때 너무 슬퍼서 심장이 터질까봐 쇠로 된 가슴띠를 세 개나 둘렀는데, 왕자의 마법이 풀리자마자 나타나 왕자의 왕국으로 두 사람을 모시고 가면서 그 가슴띠가 하나씩 풀어진다. 이 헨리의 등장은 처음에 개구리의 ‘얼토당토 않은 요구’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무시해버린 공주의 ‘비충직성’과 특히 대비되어 ‘충직함, 또는 약속의 이행’에 대한 전형으로 비쳐진다. 약속을 지키라는 공주 아버지의 말과 함께 그림형제의 나라 ‘독일’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건 아닐지! 더구나 독일어 원본의 제목은 <개구리 왕 또는 충직한 헨리>라니! 어쨋거나 완역본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재미다. 그림책에서도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여덟 마리 백마가 이끄는 마차 안 헨리의 모습이 맨 앞에 등장한다
개구리왕자가 진짜 왕자로 변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이본이 있다고 한다. 공주가 키스를 해준 뒤, 또는 공주와 삼일 밤을 함께 지낸 뒤 등등.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공주가 개구리를 너무 혐오스러워해서 벽에 내던지자마자 바로 왕자의 마법이 풀린다. 공주가 아버지의 강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개구리를 데려 왔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주장하려고 떨쳐 일어섰을 때 비로소! 왕자의 모습도 바뀌고 공주도 왕자의 본 모습을 본 것이다. <옛이야기의 매력 2>의 베텔하임의 진단이다. 심리학적인 접근해석이 아주 흥미롭고 <개구리왕자>의 신비로운 해석도 볼 수 있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완역본의 ‘옛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축약본의 느낌은 정말 많이 다르다. 완역의 이야기를 잘 살려 쓴 그림책은 별개의 또 다른 감동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환상속에 푹 빠져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성장을 거듭해나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책’을 준비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은 소망이다. 아울러, 풍자의 대가 존 셰스카가 쓴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스티브 존슨 그림/보림)도 함께 볼 만한 아주 재미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