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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의회가 상위법과 준칙에 맞지 않는 조례를 가결했다가 상급기관의 재의요구로 한달만에 다시 부결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영유아 보육조례에 이어 6대 의회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용인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
용인시의회가 본회의에서 한 차례 가결했던 동일한 조례안을 한 달여 만에 부결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 조례안은 상위규칙인 안전행정부 준칙에 위배됨에도 불구, 가결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시의회가 상위법을 무시하고 가결했다가 상급기관의 재의요구 등으로 다시 부결한 사례는 6대 의회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시의회는 지난 22일 열린 제17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를 2회에 한해 연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용인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를 표결 끝에 찬성 8표, 반대 11표, 기권 2표로 부결했다.
개정조례(안)는 지난달 17일 열린 제17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던 것으로, 이날 부결됨으로써 자동폐기됐다. 이에 따라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는 종전 조례대로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날 시의회가 한차례 가결했던 개정조례(안)를 또다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친 것은, 시가 ‘개정조례(안)는 안전행정부에서 시달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준칙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구토록 한 경기도의 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안행부 준칙은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김순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조례(안)는 당초 주민자치위원장의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종신직을 허용하자는 것이었으나, 해당 상임위의 안건 심사과정에서 절충안이 제시돼 ‘2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로 수정가결 됐었다.
문제는 시의원들의 상위법 무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4월에도 상위법을 무시한 채 영유아 보육조례를 개정했다 법정다툼까지 간 끝에 패소했다.
결국 영유아 조례 개정안도 다시 상위법에 맞게 개정했다.
* 시·시의회 모두 ‘문제’
눈치보기 행정·선심성 조례로 ‘망신 자초’
지역정가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시의원들의 법령 등에 대한 인식부족과 적절치 못한 동료애, 선심성 조례 남발 등을 꼽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이번에 재의결 된 주민자치조례 개정안과 영유아 보육조례 개정안 모두 의원발의로 상정됐다. 이들 조례 모두 발의 당시부터 상위법 위반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시의회는 이를 무시했다.
실제 주민자치 조례에 대해 일부 시의원은 “상위규칙에 그런 조항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없었다”고 말했다. 조례 등에 대한 심의를 하며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
한 시의원은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를 무한정 보장할 경우 주민자치위원회의 독단적 운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으나 개정조례(안)를 동료의원이 발의했다는 점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의원이 발의했다는 부담으로 쉽게 제동을 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꼭 시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조례 등에 대해 시 집행부가 제대로 된 거름종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에 상정되는 모든 조례안은 시 담당부서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의원발의 안건의 경우 상위법에 위반되더라고 이 같은 사실을 명확히 공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민자치조례의 경우 시 행정과에서 검토의견을 보냈지만, 상위법에 위배돼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당시 검토의견을 살펴보면 “위원장의 연임 1회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사항으로 문제점은 없다. 다만, 안전행정부 주민자치센터설치 및 운영조례준칙인 표준안과는 달리하는 것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시 측은 행정감사와 예산 심의권을 갖고 있는 시의원이 발의한 사안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공직자는 “솔직히 의원발의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시와 시의회 모두 눈치보기식 행정과 상위규정에 대한 인식부족 등으로 대내·외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