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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관에 가면 휴지, 야채, 세제 등을 나눠주고 재미있는 얘기도 들려줘. 시간도 보낼 겸 방문하고 있어요” 지난 4일 홍보관에서 나오던 A할머니.
“수 차례 방문해 선물을 받고 젊은 오빠(?)들이 진심을 다해서 대해주니깐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물건을 구매하게 돼요” 같은 날 홍보관에서 나오던 B할머니.
처인구 김량장동 롯데시네마 건물 2층. 이곳에는 전시판매장 형태의 업소인 속칭 ‘홍보관’이 노인을 상대로 한 ‘상술’을 벌이고 있다.
홍보관의 영업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중앙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 홍보관은 남자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나이 많은 할머니들만 입장케 해, 주방용품과 생활용품 등을 원가보다 많게는 수십 배 높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악덕 홍보관에서 물건을 구입한 노인의 경우 대부분이 자녀들과 말싸움을 빚어 가출하는 경우까지 빚어져 사회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상인회의 관계자는 “어떤 할머니는 1억5000만원치 물건을 사 빚을 갚기 위해 빌라를 팔았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로 인해 아들과 말다툼을 하고 가정의 불화까지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 가격은 4만원에 불가한 이불을 40만원에 구매한 한 할머니도 있다”며 “물건을 환불하려 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자식 같은 직원들에게 미안해 그냥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홍보관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이 홍보관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일일 평균 500여명 정도 할머니들로 행사장이 꽉 차는 것 같다”며 “이곳에서 각종 생필품 등을 허위·과대 광고해 10배 넘는 폭리가 더해져 판매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리분별이 약한 노인들을 교묘하게 겨냥해 레크레이션을 하고 경품추첨을 미끼로 충동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홍보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건강식품과 생활용품 등 수 십가지가 넘는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고소를 하지 않고 있어 단속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자식이 알면 무섭다’. ‘창피하다’라는 이유로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이들은 법망을 피한 ‘꼼수’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홍보관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일반적인 근거 및 서면 서류 등을 갖춰야만 고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피해를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다”며 “노인분들은 결국 공짜로 제공되는 경품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곳에서 물건을 사기 전에 가족들이랑 충분하게 논의하는 등 계약서 자체를 꼼꼼하게 살펴야만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홍보관이나 체험관 영업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경우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상담하거나 한국소비자원(02-3460-3000)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