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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

‘사회 문제된 졸업식 뒤풀이’ … 경찰 '단속'

“감시 눈길 짜증”vs“불안감 없어 만족”

 

   

 

용인의 한 고교 졸업식장. 졸업시즌을 맞아 경찰이 주변을 순찰하며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을 막기 위한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처인구 김량장동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 졸업식을 맞아 꽃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고 근처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 3명과 순찰차도 대기하고 있다.

졸업생과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한 졸업식장과 주변 곳곳에서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눈에 띈다.

오후 12시쯤 각종 시상과 교가 제창 등이 지나고 졸업식이 끝나자 20여 분 만에 인파가 모두 빠져나가 학교 안은 텅텅 빈다. 경찰과 학교 관계자 몇 명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예전처럼 학교 안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지금껏 생활했던 교실을 구경하는 졸업생과 가족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학부모는 “경찰이 군데군데 서 있으니 기념사진 배경이 삭막해질 것 같아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아들과 곧장 학교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졸업식 시즌이 시작과 함께 경찰이 졸업식과 뒤풀이 현장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알몸 뒤풀이’, ‘교복 찢기’, ‘밀가루 뿌리기’ 등 졸업생들의 일탈행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졸업식이 열린 용인 지역 16곳의 중·고교 분위기도 차분했다. 용인동·서부경찰서가 졸업식이 열리는 지역 중·고교에 경찰을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잘못된 졸업식 뒤풀이와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 지난 8일과 9일 졸업식이 열린 59개의 중·고교에 경찰과 교사협력단체를 포함한 총 420여명을 학교에 배치했다.

경찰은 졸업식이 열리는 학교와 졸업식 당일 지역내 상가 및 유흥가 밀집지역 등을 돌며 혹시 벌어질지도 모를 사태를 감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졸업식 뒤풀이 명목으로 몸에 밀가루나 달걀을 던지는 행위, 옷을 벗기거나 찢는 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단속을 실시했다”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일로 경찰의 강력한 의지 표현 정도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에 졸업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졸업생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최 아무개(19)군은 “이전처럼 밀가루와 달걀을 준비해 온 것도 아닌데 억울하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같은 반 친구들끼리 가벼운 장난을 쳐도 경찰에게 괜한 트집을 잡힐까봐 사진도 찍지 않고 졸업식장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경찰의 단속 취지에 공감했다. 고3 외동딸의 졸업식을 찾은 박 아무개(54·여)씨는 “이전에 신문기사를 통해 옷이 마구 찢긴 채로 시내를 누비던 여학생의 모습을 보며 내 딸도 졸업할 때 그러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경찰관이 학교 내에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학교 밖 순찰을 강화하는 것은 든든하다”고 했다.

반면 단 한 번뿐인 졸업식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학부모도 있었다. 김 아무개(54·남)씨는 “사회 문제로 부각된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경찰의 졸업식 순찰 활동이 필요한 조치기는 하지만 이 모습은 사회가 병들었단 증거”라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이별의 정을 나누는 졸업식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