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지역 내 우제류 11만 여 마리의 살처분을 몰고 온 구제역이 대보름 행사마저 집어삼켰다. 구제역 여파로 매년 진행되던 정월대보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
하지만 농민들은 물론, 구제역과 관계없는 도심지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구제역 종식 및 확산방지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시민 화합 및 지역발전을 기원하며 매년 정월 대보름날 열려온 달맞이 행사가 올해는 구제역으로 고통 받고 있는 축산농민들을 위해 자취를 감췄다.
특히 △처인구 운학동 ‘어둔제 줄다리기’ △이동면 ‘정월대보름 동홰놀이’ △남사면 ‘산정동 줄다리기’ △기흥구 ‘소망기원 달맞이 축제’ 등 지역 내 대표적인 대보름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다.
지역 내 자연부락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척사대회도 축소 또는 취소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구제역의 피해가 컸던 처인구 지역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대보름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고민이 컸지만 윷놀이를 하다보면 구제역으로 땅에 묻은 가축이 생각날 것 같아 척사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윷놀이에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 스스로도 척사대회 등 마을 행사를 개최하지 않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등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지구 등 도심지역에서 열린 대보름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도 구제역에 확산방지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소원을 적어 달집에 태우기도 했다.
자녀와 함께 신봉동 대보름 행사에 참석한 유재필(신봉동·41) 씨는 “언론을 통해 구제역으로 각 지역 대보름 행사가 취소된 사실을 듣고 무척 안타까웠다”며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의 건강과 구제역 종식을 기원하는 마음을 적어 달집에 매달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