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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7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나은 처인구 김량장동 용인 ‘타워고시텔’이 소방점검에 합격, 고시원에 적용되는 소방시설 기준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층짜리 건물, 9층에 자리한 용인T고시텔은 6.6㎡(2평)가 채 안되는 방 68개가 붙어 있는 벌집 형태의 밀폐구조로, 방 1곳이 불에 탔을 뿐이지만 대피로를 미처 확보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졌다.
하지만 ‘용인타워고시텔’은 지난 21일 실시된 소방점검에서 아무런 지적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서에 따르면 ‘용인타워고시텔’은 수동식 소화기 자동확산소화용구 비상벨설비/비상방송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또한 방화문(출입구, 비상구, 보일러실), 비상구(직통계단과 연결),자동화재탐지설비, 유도등/유도표지 등 소방시설 등을 완비해 놓았다. 그러나 고시원으로 업종이 분류 된 ‘타워고시텔’의 경우 지상 9층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고층화재 시 화재 진압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고시원이 갖춰야할 소방시설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는 의무화 되지 않는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하층, 무창층, 4층 이상 건물의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건물에 한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고시원은 바닥면적이 552㎡로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한 건물 준공 당시인 1996년 소방법에는 11층 이상인 건물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게 되어 있다. ‘타워고시텔’은 10층 건물 9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구조상 창문을 통해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것도 대형 참사를 빚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용인타워고시텔’의 경우 최대 인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는 근무자는 단 2명. 이를 규제하는 법규도 전무하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용인 타워고시텔의 경우 방마다 소화기와 휴대용 조명 등을 갖추고 있었다”며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안전설비 구비가 의무화된 건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시원의 업종을 학원 또는 숙박 시설 등으로 구분한 뒤 해당 분야에 적용하는 시설 기준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의 소방법으로는 학원시설도 숙박시설도 아닌 고시원의 방 크기, 환풍기 시설, 복도 넓이 등은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숙박업소로 관리 필요
‘용인타워고시텔’은 6.6㎡(2평)가 채 안되는 방 68개가 붙어 있는 벌집 형태의 밀폐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고시원이 그렇듯 공부방인 원래 기능보다는 ‘쪽방’ 형태로 잠을 자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현재 소방법 상 고시원은 근린생활 시설로 분류돼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법규로 ‘쪽방 형태로 잠을 자는 공간으로 변질 된 고시원을 숙박업소로 분류해야 반복되는 고시원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분류되면 비상시 피난로를 객실로부터 계단까지 50m 내에 설치해야 하고 피난시설 설치 기준도 강화된다.
또 의무설치 규정은 아니지만 현재 대다수 숙박업소가 보안과 도난사고 예방을 위해 현관과 복도 등에 CCTV를 설치해 놓아 숙박업소로 분류되면 방화 등 사고 예방효과도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방전문가들은 “고시원을 숙박시설로 분류하면 ‘미로형’ 내부구조가 개선되고 방과 방 사이에 방화구역에 준한 칸막이 설치가 의무화되는 등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교육대상 확대 되야
현재 소방서에서 실시하고 있는 소방교육 대상은 건물 소유주 1명이 전부다.
아무리 높고 넓은 건물에 많은 업소들이 다닥다닥 붙었다해도 소방교육은 건물 주 1사람 만이 받으면 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40여명이 묵고 있던 고시텔에는 고시텔관리자 고아무개(여·46)씨 만이 근무하고 있었다. 고씨는 비상벨이 울리자 연기가 나는 6호 실의 문을 여고 불길이 치솟는 것을 확인, 배치 된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 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씨의 경우 소방교육 대상이 아니였기 때문에 화재에는 무방비 상태로 소화기로 초기 진화는 실패 했다고 알려졌다.
이번 대형 참사를 빚은 ‘용인타워고시텔’이 자리한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10층의 고층 건물로 지하의 대중사우나를 비롯해 암마시술소, 하나은행,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신경 정신과, 아동상담센터 등 각종 업종이 층층 마다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용인시, 고층화재에 필요한 소방장비 부족
이번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10층 고층 건물이다.
소방재청에 따르면 이번 화재 진압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고시텔 창문이 작고 아래를 향하고 있는 구조 상 외부에서 창을 통해 화재 진압이 안됐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의 소방장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냈다.
<관련기사 본지 733호 26면>
소방서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굴절차를 동원해 화제 진압에 나섰으나 9층인 고시텔까지의 거리는 멀었다. 용인시에서 보유하고 있는 굴절차의 경우 높이 35m, 27m 가 전부. 또한 이 후 수지구에 배치돼 있던 용인소방서 소재 고가사다리차(46m)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으나 8층 높이 밖에 닫지 않았다. 화제 진압이 어렵자 수원남부서의 최대 높이의 고가 사다리가 도착했으나 이미 불은 번질대로 번진 상태였다.
현재 용인시에서 보유한 고층 건물 화재 발생 시 동원될 수 있는 장비는 고가사다리차1대, 굴절차 2대(35m, 27m)가 전부. 고가사다리의 경우 최대 46m(아파트15층) 높이로 15층 아파트 이상의 경우 아파트 내부에 설치 된 스프링쿨러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구 83만명을 넘어서고 주거 형태 80%가 아파트인 용인에서 소방대원은 246명. 시민 3380여명을 소방대원 1명이 책임지고 있는 셈으로 소방대원 증가 배치도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