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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청소년의 미래를 보다12-용인시 청소년미래재단

지친 가족돌봄 청소년에 ‘희망의 손길’

기획탐방/청소년의 미래를 보다-12

 

 

 

 

 

 

재단, 경찰서·학교·주민센터와 긴밀 협력
복지사각 ‘영 케어러’ 40명 발굴 맞춤 지원
단순한 물질적 도움 넘어 ‘일상’ 찾아주기
자기돌봄 지원금 50만원 지급… 배움 도와
강원도 영월서 2박 3일간 숲 체험 캠프도

 

용인신문 | 빛나는 꿈을 품어야 할 나이에 묵직한 삶의 짐을 짊어진 청소년들이 있다. 이른바 ‘가족돌봄 청소년’, 즉 ‘영 케어러’(Young Carer)라 불리는 이들은 가족의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이른 나이부터 돌봄을 전담하며 학업, 또래 관계, 그리고 미래를 위한 꿈까지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들의 삶은 또래 친구들과는 사뭇 다른 무게를 견디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영 케어러는 주당 평균 21.6시간을 돌봄에 할애하며 이로 인해 또래보다 7배 이상 높은 우울감을 느끼고 미래 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도 3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국에 약 10만 명의 영 케어러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넓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용인시 청소년미래재단(대표이사 김영우)이 발 벗고 나섰다. 재단은 경찰서, 학교, 주민센터와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 청소년 40명을 발굴하고 맞춤형 지원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이들이 잃어버렸던 일상과 희망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 삶을 되찾아 주는 ‘자기돌봄 지원금’

재단은 발굴된 청소년들에게 자기돌봄 지원금 50만 원을 지급하고 학원비, 교재비, 생필품 구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지원금은 밥을 굶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신 학원이나 독서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한 청소년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과 유행하는 운동화를 살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며 작은 금액이 가져다준 큰 행복을 전했다.

 

또한 재단은 심리상담, 미술치료, MBTI 검사 등 정신건강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용인시의 10개 청소년 시설 프로그램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 회복과 정서적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빛으로 희망 전하는 ‘가정 내 잔고장 수리 지원사업’

올해 큰 호응을 얻은 사업은 바로 ‘가정 내 잔고장 수리 지원사업’이다. 재단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성금으로 낡고 고장 난 생활 시설을 직접 수리해 주는 사업이다.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청소년의 생활 환경을 직접 개선하고 심리적 안정까지 돕는 새로운 지원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사업에 참여했던 한 청소년은 “고장 난 조명 때문에 늘 어두웠던 집이 환하게 밝아졌다”며 “집안이 밝아진 것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환해졌다”고 감격해했다. 그는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땀을 흘리며 조명을 고쳐주던 재단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언젠가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지원 활동을 진행한 재단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에 놀랐지만 조명을 교체하고 청소를 도우며 청소년들과 형제처럼 가까워졌다”며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 지원의 폭 넓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용인시 청소년미래재단은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 60명을 대상으로 ‘방과 후 아카데미’를 운영해 교과 보충학습, 주말 체험활동, 진로 상담, 저녁 급식 등을 제공한다. 또한 장학금 지원, 의료 지원(용인세브란스병원 연계), NGO 협력(월드비전 연계) 등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지원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산림힐링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강원도 영월에서 2박 3일간 숲 체험 캠프를 진행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환경의 소중함을 되찾는 기회를 제공했다.

 

■ ‘사용자 중심’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김영우 대표이사는 “가족돌봄 청소년은 과도한 책임감, 학업 및 교우관계 문제, 그리고 놀이·휴식·성장 기회 상실이라는 세 가지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제도는 까다로운 서류 요건 때문에 실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재단은 청소년이 쉽게 신청하고 꼭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재단은 2025년 하반기 가족돌봄 청소년 20명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자기돌봄 지원금(최대 50만 원)과 함께 생활체육, 진로 상담, 가족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처인구에 거주하는 18살 박 아무개 청소년은 몇 해 전 부모님의 이혼으로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친구들이 가족과 외식이나 여행을 즐길 시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며 어렵게 생계를 잇고 있다. 꿈을 키울 나이에 짊어진 현실이 가볍지 않지만 희망만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다시 아르바이트하러 갈 시간이에요. 지금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언젠가는 꼭 경찰이 되어 힘든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요.”

 

지친 몸을 이끌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향하는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다. 삶의 무게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용인시 청소년미래재단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와 체계적인 지원으로 청소년들이 꿈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