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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산마루ㅣ손영미

4월 산마루

                          손영미

 

 

산벚나무 밑

바위 귓부리가 닳았다

 

움푹 패인 껍질에 대해

짓무른 눈에 대해

땅속 깊이 묻은 발등에 대해

 

나무가 소곤소곤 쏟아낼 때마다

후두둑

꽃파편들이 바위에 쏟아진다

 

바람불던 겨울

아궁이 속에서 새까맣게 탄 고구마를 골라내시며

너도 나처럼 속이 다 탔니 하시던 어머니

 

평생 속으로 속으로만 써놓던

주름진 동화를 펼쳐놓지 못했는데

늦저녁 산마루에서 되읽어보는 페이지 한쪽

 

움푹패인 껍질은 너의 훈장이야

짓무른 기다림이 있어 네가 쓰러지지 않았어

깊이 묻힌 발등 때문에 방랑자가 안되었어

 

어머니의 어머니 같은 바위와 산벚나무가

종일 속엣말을 주고받는 사이

 

철없는 꽃잎들이 뚝뚝 가지를 떠나고

껍질에 또하나의 골이 새겨졌다

 

바람이 산벚나무 가지에 걸린 갈피를 

켜켜이 들춰 보고 있다

 

- 2025년 <시와소금> 신인상 당선작 -

 

약력

충북 청주 출생

24년 동서문학상 맥심상

25년 '시와소금' 신인상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과 재학중. 

용인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