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시는 이동·남사읍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장착하며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도’라는 원대한 비전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미래 가치를 담보할 핵심 인프라, ‘데이터 생태계’의 구축이다.
반도체가 AI 시대의 ‘두뇌’라면, 데이터센터는 그 두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과 같다. 최첨단 도시의 비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 디지털 심장이 원활히 박동해야 한다. 물론, 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거 기흥 지역에서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되었던 경험이나, 최근 죽전에서 벌어진 갈등 조정 과정은 우리에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일깨워준 값진 교훈이다. 이는 도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일 수 있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전자파나 생활 환경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며, 모든 도시 계획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기술이 시민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고도의 차폐 기술과 지중화 공법은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가전제품 수준 이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미 미국은 5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로 AI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기술적 신뢰와 미래 가치에 기반한 성숙한 논의로 나아가야 할 때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보관 시설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위한 ‘가치 저장고’ 역할을 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유치는 해당 기업과 도시가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양질의 세수와 인재 유입을 넘어, 용인이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가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판교가 IT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도 기업들의 핵심 데이터를 품는 인프라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주권’을 용인이 선도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 인프라는 지역 내 스타트업과 청년 인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토양이 되며, 교통·환경·복지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의 구현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용인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도시에서, 그 반도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 허브로 거듭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최적의 입지다. ‘메이드 인 용인’ 반도체가 탑재된 ‘메이드 인 용인’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생산과 소비, R&D가 완벽하게 결합된 ‘완결형 산업 생태계’의 모습이다.
결국 이 거대한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행정의 역할에 달려있다. 이제 행정은 단순히 규제와 허가를 넘어, 미래 비전을 시민과 공유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동적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갈등을 사후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고도화된 행정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선진 도시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기술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며,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노력이 그 시작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갈등의 대상이 아닌, 도시와 시민이 함께 키워가는 미래 자산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수도’라는 화려한 왕관의 마지막 보석은,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행정의 혜안과 실천력으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