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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이 지방선거 후보자가 되어야 하는가?

오룡(조광조 역사연구원 원장/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당파성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그러나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햇살과 물, 흙과 손길이 모여야만 제 빛깔을 드러낸다. 선거 역시 그렇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국민의 참여에 있고, 참여는 질문과 검증을 통해 완성된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남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장은 권력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새겼다. 참여가 멈추면 권력은 비어 있는 의자처럼 아무나 차지할 수 있고, 검증이 멎으면 민주주의는 간판만 남는다.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빈 제도, 그것이 검증을 잃은 민주주의다.

 

대한민국 정치의 시간표는 4년 주기의 장(場)과 닮았다. 도시의 시장(市場)은 건물주가 주인이고, 농촌의 장시(場市)는 보부상들의 독무대였다. 앉은 장사는 신용으로 먹고살고, 떠돌이 장사는 말솜씨로 하루를 넘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장돌뱅이들이 5일마다 같은 장터를 찾듯, 장사에는 반드시 ‘다음’이 있다. 그래서 엉터리 물건을 함부로 팔 수 없다. 정치도 그러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고, 선거일이 돌아오면 결과로 선택이 요구된다.

 

다가올 지방선거의 모습도 예측할 수 있다. 골목마다 현수막이 넘실대고, 후보들은 과거의 자랑과 미래의 약속을 경쟁하듯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문장은 증거가 아니다. 숫자는 재원이 없으면 허구가 되고, 청사진은 실행계획이 없으면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 편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호기심은 가장 강력한 당파성”이라는 말처럼, 질문은 곧 검증의 시작이다. 질문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첫째, 지역성과 일관성이다. 후보와 지역이 갖는 적합성의 문제다. 또한 후보가 살아 온 삶의 궤적과 지역의 의제가 맞물리는가. 정치적 유불리만을 찾아다니는 ‘정치 보부상’은 아닌가. 둘째, 청렴성과 이해충돌이다. 납세·병역·부동산·경력에 흠결은 없는가. 가족과 측근의 이익이 공적 결정에 섞일 여지가 없는가. 작은 거짓말 하나가 큰 정책을 무너뜨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셋째, 능력과 팀이다. 공약은 누구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정치의 장(場)은 혼자 꾸리는 가게가 아니다. 인사는 곧 정치의 첫 번째 정책이다. 넷째, 책임의 형식이다. 임기 중 중간지표와 최종지표가 제시돼 있는가. 실패 시 수정과 철회, 사과와 환수의 절차를 약속할 수 있는가. 결과를 공개하는 사람만이 신뢰를 얻는다. 다섯째, 시민 참여의 회로다. 토론회, 공청회, 숙의(熟議)형 의사결정의 설계가 있는가. 참여가 제도화될수록 불신은 줄고 행정비용은 낮아진다. 여섯째, 공동체의 원칙이다. 개발과 보전,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수치와 시간표로 말할 수 있는가.

 

검증은 인신공격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 확인이고, 이해충돌 점검이며, 실현 가능성 평가이고, 책임 설계 확인이다. 언어의 세계에 완전한 중립은 없지만, 근거의 세계에는 더 선명한 옳고 그름이 있다. 장은 흥정으로 열리고, 도시는 계약으로 건설된다. 정치의 장도 예외일 수 없다.

 

엘리너 루스벨트는 말했다. “민주주의는 모든 세대가 새롭게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선거는 그 획득의 장이다. 그러나 검증이 빠진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광장에 벌어진 유랑시장의 소란일 뿐이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는 환호의 장이 아니라 검증의 장을 열어야 한다. 시민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어야 하고, 후보는 말이 아니라 근거를, 약속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설계도를, 구호만이 아니라 책임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한 번 얻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다. 세대마다 참여하고, 검증한 뒤에 투표로 확인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왜 당신이 후보자가 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