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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보다가 기죽은 남자 된다?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흔히 야동을 보면 성욕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야한 영상이 도파민 보상회로의 폭발적 자극으로 아드레날린·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이 흥분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단기적이지 장기적으로는 성욕에 불리하다. 순간적 불꽃일 뿐, 반복되면 뇌가 둔감해져 오히려 리비도 저하와 성적 에너지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뇌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강렬한 흥분을 보장하던 영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리비도, 즉 성적 욕망을 떨어뜨리고, 정자 건강에도 좋을리 없다는 이유가 명확하다.

 

첫째, 뇌의 보상회로가 과부하에 걸린다. 포르노 영상은 현실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극단적인 연출이 이어지며, 뇌는 폭포수처럼 도파민을 쏟아낸다. 도파민은 쾌감을 ‘학습’하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인데, 문제는 지나친 반복에 있다. 보상회로가 끊임없이 자극되면 수용체는 둔감해지고, 같은 자극에도 반응이 줄어든다. 결국 실제 파트너와의 자연스러운 관계나 일상적 친밀감으로는 충분한 흥분을 얻기 힘들어진다. 마치 설탕을 과하게 먹으면 단맛에 무뎌지는 것과 같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도 적용이 된다.

 

둘째, 성적 반응이 특정 조건에만 묶인다. 원래 인간의 성욕은 기대와 상상, 감정적 교감 같은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야동은 눈앞의 시각적 자극에 모든 흥분을 집중시킨다.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성적 반응은 특정 영상, 특정 장면, 특정 체위에 고정된다. 실제 상황에서는 상대의 체취나 피부 감각, 대화 같은 복합적 자극이 주가 되는데, 이미 뇌는 “이런 장면이 아니면 반응하지 않겠다”는 조건화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현실의 성생활은 갈수록 무덤덤해진다.

 

셋째, 호르몬 변화가 리비도를 억제한다. 사정 후에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상승한다. 이는 성적 흥분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야동과 잦은 자위가 반복되면 이 패턴이 고착된다. 프로락틴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면서 테스토스테론 작용을 억제하고, 남성호르몬의 활력이 줄어든다.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력도 약화될 수 있다. 특히 교감신경의 긴장이 높아지면 발기부전 같은 기능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넷째, 포르노를 자주 보면 뇌는 시각적 즉시 보상 회로만 강화하고, 실제 파트너와의 감정·관계 기반 회로는 약화시킨다. 점점 현실보다는 영상이 더 강렬하고 편안한 자극으로 학습된다. 마치 자주 사용하는 뇌 회로가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회로는 약해진다고 할까.

 

다섯 번째, 정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저하는 고환에서의 정자 형성을 직접 방해한다. 또한 과도한 사정은 정액 내 정자 수를 일시적으로 줄이는데, 반복이 지나치면 고환의 회복 속도가 뒤처져 만성적인 밀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지나친 자극은 고환과 정액 환경에 산화스트레스를 높여 정자의 DNA 손상, 운동성 저하, 형태 이상을 불러올 수 있다.

 

성 문화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성이 AI와 결합해 시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제공하는 가상 섹스 시대가 열릴 것이다. 실제처럼 피부의 온도, 압박감, 반응을 느끼게 만드는 장치들이 개발되고 있고, 이는 곧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다. 이런 인위적 경험이 현실의 성적 관계를 대체하면서, 부부 사이의 성생활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섹스리스 부부가 늘어날 것이요, 생식력이 저하되면서 난임부부는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