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여름 해변에서 식스팩과 넓은 어깨를 자랑하는 남자를 보면 “관리 잘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운동 후 단백질 보충제를 습관처럼 마신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정자 생산 공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보충제 속에 섞인 첨가물과 불법 성분이 문제다. 인공 감미료, 향료는 기본이고, 일부 제품에선 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 유사 성분이 발견된다. 외부 호르몬이 들어오면 뇌는 “충분하다”고 착각하고, 정자 생산을 조율하는 LH·FSH가 줄어 고환 세포가 멈춘다. 결과는 정자 감소다. ‘근육맨’이 되려다 ‘정자부족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38세 남성 A씨는 하루 두 번 보충제를 섭취하고, 주말에는 ‘근육 강화제’까지 추가했다. 결혼 후 1년이 지나도 임신 소식이 없어 검사했더니 정자 수는 정상의 10%, 운동성은 절반이었다. 혈액검사에서는 LH·FSH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다. 본인은 “스테로이드는 안 먹었다”고 했지만, 제품에는 프로호르몬(호르몬 전구물질)이 숨어 있었다.
첨가물이 없는 순수 단백질 과잉도 안심할 수 없다. 고단백 식이는 간·신장에 부담을 주고 전신 염증을 높여 정자 DNA 손상과 배아 발달 저하를 불러온다.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 오염도 보고됐다. 특히 카드뮴은 고환 독성이 강력해 DNA 손상까지 유발한다. 또 ‘프리워크아웃(운동전 섭취하는 보조제)’ 제품은 카페인·아르기닌 등으로 운동 효율을 높이지만 과용 시 고환 혈류가 줄고 체온이 올라 정자 생산이 위축된다. 고환은 체온보다 2~3도 낮아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보충제를 모두 끊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안전하게 쓰면 도움이 된다. 다만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테스토스테론 부스터(강화)’ 같은 문구가 있으면 피한다.
둘째, 인증된 제조사 제품만 선택한다.
셋째, 단백질 섭취는 체중 1kg당 1.2~1.6g을 넘기지 않는다.
넷째, 임신 계획이 있다면 최소 6개월 전 외부 호르몬을 끊는다.
다섯째, 해외 직구 제품은 반드시 성분과 안전성을 확인한다.
근육은 몇 달이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무너진 정자 기능은 몇 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렵다. 멋진 몸이 곧 건강한 몸은 아니다. 아이를 원한다면 단백질 셰이크 한 잔 앞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자. 그 한 잔이 근육을 키우는 동시에 고환을 줄이는 선택이 될지 모른다.
약력: 연세대 의대 졸업
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
전 제일병원 병원장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