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실루엣
김삼주
건조한 거리를 걷는다
마른 땅은 짠맛을 삼키고
바람은 한낮의 열기를 지워낸다
늘어진 나뭇잎들
저녁 무렵, 숨을 고르며
촘촘한 방충망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무심한 가로등 하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나방 한 마리 겁 없이 달려든다
지렁이 무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보도블록 밑의 열기가 뜨거워
살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뜨거워진 배를 뒤집다 온몸이 뒤틀렸다
개미의 마른 입술이 선혈의 맛을 핥는다
개미, 떼로 모여들고 잔치가 시작된다
흔들리는 내 그림자에 머뭇거린 해 질 녘
약력: 남원출생
2004년 문학21 등단
SDU문창과 졸업
용인문학회 회원
시집<마당에 풀어진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