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전쟁
김윤배
서로를 헐어 오월이다
김윤배: 충북 청주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별꽃, 2023)외 다수 등
장미 전쟁
김윤배
서로를 헐어 오월이다
김윤배: 충북 청주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별꽃, 2023)외 다수 등
이별하는 돌 손택수 돌을 쥔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온기가 있다 나의 체온이 건너간 것이다 건너간 것이 체온만은 아니어서 떠나가는 거 서운치 않게, 지는 해를 따라가서 민박집에 주저앉았던 옛일도 떠오른다 입파도였나 국화도였나 찬찬히 낙조에 물든 밀물을 몰고 오는 시간 돌을 만지던 손을 코끝으로 당겨본다 희미한 물냄새가 있다 비가 지나간 걸 기억하고 있는가 가서는 되돌아오고 되돌아오길 왼종일 보리밭을 불어가는 바람처럼 떨어지질 않는 걸음으로 저만치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매어준 머플러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을 쥔다 누구의 체온인지 영 구분할 수 없게 약력: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등이 있다.
생명 축전 홍일선 한때 목화 값이 좋아 귀한 대접을 받았던 밭 어느 해는 너른 토란잎이 참외꽃이 아름다웠던 공경의 밭 지금은 무엇을 심어야 할지 답답한데 작년에 들깨가 흉작이었으니 올해는 깻금이 좋을 거라고 해 참깨 반 되 들깨 한 되 심었는데 허리 아파 며칠 안 나갔더니 쇠비름 명아주 까마중이 여뀌 바랭이풀들 일일이 다 호명할 수 없는 함자들 생명 축전이 장관이었다 약력: 경기 화성 동탄면 출생. 1980년 《창작과비평》등단. 시집 『농토의 역사』 외. 현재 여주에서 〈바보숲 명상농원〉에서 닭을 방사해 키우고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용인(龍仁) 지나는 길에 민영 저 산벚꽃 핀 등성이에 지친 몸을 쉴까 두고 온 고향 생각에 고개 젓는다. 도피안사(到彼岸寺)에 무리지던 연분홍빛 꽃너울. 먹어도 허기지던 삼춘(三春) 한나절. 밸에 역겨운 가구가락(可口可樂) 물 냄새. 구국구국 울어대는 멧비둘기 소리. 산벚꽃 진 등성이에 뼈를 묻을까. 소태같이 쓴 입술에 풀잎 씹힌다. (시집 용인 지나는 길에 , 1977) 약력: 1934~2025년 강원 철원 출생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1991년 제6회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용인 지나는 길에》 외 다수 전 한국작가회의(고문), 전 민족문화작가회의(고문) ※ 지난달 17일 별세(향년 91세)한 시인은 ‘용인공원’에 영면했다.
슬픔의 이해 권지영 내가 창을 내다보는 줄 모르고 마당으로 내려앉는 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햇빛 속에서 명랑하게 우는 작은 새 귓가로 떨어진 울음 조각 소매 끝에 묻히려 꽁무니를 쫓다가 내 속울음 한달음에 이끌고 가는 담장 너머 가느다란 울음 * 권지영 시인 2015 <리토피아> 등단. 『아름다워서 슬픈 말들』『사랑이 아니었다 해도』등
터무니 2025 제11회 올해의 단시조 대상 수상작 박진형 이유 없는 사랑은 허물어진 풍경인가 적산가옥 한 채처럼 우두커니 살아서 한바탕 내 안에 앉아 슬픈 폐허 좇는다 박진형 2016년 『시에』로 등단.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용인문학회 회원, 시란 동인, 문학동인 Volume 회장, 시에문학회 부회장.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지원금 및 용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