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으며
문숙
사랑이란
나를 너만큼
파내는 일
그 자리에 너를
꾹 눌러 심는 일
2000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단추』,『기울어짐에 대하여』,『불이론』. 2022년 제23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나무를 심으며
문숙
사랑이란
나를 너만큼
파내는 일
그 자리에 너를
꾹 눌러 심는 일
2000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단추』,『기울어짐에 대하여』,『불이론』. 2022년 제23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텃밭 가꾸기 안영선 그것은 숭엄한 장례일지도 모른다 생기 잃은 영혼을 위한 정갈한 의식 봉분마다 하관을 준비하는 땅이 열리고 무심하게 던져진 영혼 위에 뿌려진 흙은 묵언 중이다 틈틈이 영혼의 숨결을 살피러 온 고라니 사이 꽃마리, 강아지풀, 쇠비름, 쇠뜨기, 민들레, 명아주, 방동사니, 들깨풀, 중대가리풀, 개비름, 닭의장풀, 개망초, 질경이, 조뱅이, 뽀리뱅이…… 애꿎은 것들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땅속에서 문드러진 씨감자는 자신의 낡은 육신을 다 내놓고서야 비로소 지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한참의 시간을 흘린 불면의 궤적 지상을 뚫고 나오는 저 연록의 생을 환생이라 불러도 될까 안영선|2013년 《문학의오늘》로 등단. 시집으로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산문집으로 『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가 있음.
장미 전쟁 김윤배 서로를 헐어 오월이다 김윤배: 충북 청주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내 생애는 늘 고백이었다>(별꽃, 2023)외 다수 등
무심 김종경 허물어진 담장밖으로 목련꽃 떨어지는 소리 이유 없이 컹컹 물어뜯던 저 몽실한 눈빛, 긴 하품과 껌벅이는 눈빛 사이 조용히 한없이 떨어지는 꽃잎, 하나 둘. 2008년 계간 『불교문예』 등단 시집 『기우뚱, 날다』,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동시집 『떼루의 채집활동』
시인 박완호 어둠이 닳아서 새하얀 빛이 될 때까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투명한 그물이 촘촘하게 날 에워쌀 때까지 시를 쓰다가 시가 되지 않는 말들과 함께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어느 먼 곳을 꿈꾸는 시간 닳다 만 어둠 같은, 더는 깊어지지 않는 절망 같은, 꽃 피지 않을 생각이 되지도 않게 시가 되려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가며 어떻게든 어둠이 다 닳을 때까지 절망이 더는 깊어지지 않을 바닥에 누울 때까지 어떤 꿈도 더는 나를 가두지 못할 눈물의 바탕에 기어이 다다를 때까지 단 하나, 시인이라는 휑하니 빛나는 이름을 갖게 될 때까지 그것마저 죄다 떨쳐낼 때까지 안간힘을 다해 버텨보려는 것 약력: 충북 진천 출생.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무의 발성법』 외 다수. 김춘수시문학상, 한유성문학상, 경희문학상 등 수상.
시 이시영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 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약력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신춘문예와 《월간문학》으로 등단. 《만월》, 《바람 속으로》, 《하동》 등 시집 다수.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등 문학상 수.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역임.